[기자의 눈] '토허제 재지정' 주민 목소리부터 들어야
2024-04-29 05:00
“이미 시장 상황보다는 다르게 서울 강남 집값 억제라는 하나의 정무적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도가 남용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달 서울시가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 추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기자가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평가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주요 재건축단지가 속한 강남구 압구정동·영등포구 여의도동·양천구 목동·성동구 성수동 일대 총 4.57㎢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했다. 2021년 이후 내년 4월까지 4년간 허가 구역으로 묶이게 된 주민들은 정책 형평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압여목성 일대 주민뿐만 아니라 올해 6월 토허제 만료 기간을 앞둔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주민들에게도 실망과 우려의 분위기가 번져나가고 있다.
토허제는 도입 당시에는 택지 등 토지 개발 사업지에 대한 투기 수요를 한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던 것이 개발 사업지 외에 가격 급등 지역도 포함 가능하도록 범위가 확장되면서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법령상으로는 최고 5년까지만 지정될 수 있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두 지정권자이므로 5년을 초과해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성수동에서 기자를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주민들이 내후년까지 제한구역에 묶일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쌓여서 5년 이후에도 지정이 연장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냐는 격앙된 반응도 상당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불신은 결국 전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에 정치적 안배가 아닌 시장과 주민 목소리를 반영하는 태도가 더욱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