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칼럼] 중국의 직구 공세 …플랫폼도 국가안보 차원 대응을

2024-04-15 07:00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최근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직구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국 플랫폼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글로벌 활동이 확대되면서 국내 직구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 플랫폼 사업자 및 소상공인·중소 제조사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 플랫폼 앱들은 이미 이용자 수 기준으로 국내 시장 2~3위를 다투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중국 제품의 초저가 전략은 중국 제품을 수입하여 재판매하는 소상공인 및 구매대행업자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들고 있다.
 
중국 플랫폼의 국내 진출 가속화에 따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장 비중(Market Share)과 관련하여 중국 플랫폼 판매 상품은 아직 저가 위주이기는 하나 누적 앱 이용자가 급등하고 있어 한국 내 투자가 지속된다면 매출액도 따라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침투를 위한 상품 전략과 서비스는 초저가 상품 및 무료 배송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며, 배송 속도 개선, 무료 교환 및 반품, 신선식품 확대 등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중국 플랫폼이 국내에서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1차적으로는 한국 시장 장악이 목표지만 향후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시장의 대규모 거래망 구축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중국 플랫폼의 역직구 지원 강화가 예상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중소 제조업과 유통업까지 중국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기와 같은 중국 플랫폼의 한국 시장 진출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는 향후 국내 소상공인 판매자 및 중소 제조사 지원 방안 강구, 해외 판매 증대를 위한 역직구 플랫폼 지원, 국내 기업 역차별 해소, 국내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최우선 정책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먼저 국내 소상공인 판매자 및 중소 제조사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는 국내 소비자 인지도 제고를 위한 브랜드 역량 강화, 소상공인 및 중소 제조사의 해외 판로 다양화, 소상공인 전용 통관체계 구축 및 인증비용 지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브랜드 인지도 강화와 관련하여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주업으로 하는 기업과 중소 제조사를 연계해 국내 중소 제조사 브랜드의 소비자 인지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 및 중소 제조사의 해외 판로 지원과 관련하여 중소 제조사 및 소상공인 제품의 판매·배송·기타 지원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해외 판매 대행센터 구축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상공인 물류 전용 통관체계를 구축해 통관 지연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를 감소시켜야 하며, KC 인증비용 등을 지원하여 소상공인 부담을 경감해 주어야 한다.
 
국내 역직구 플랫폼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소비자 접점을 확대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제조사의 직접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세일 이벤트 행사 확대, 정부 유관 사이트와 홍보 연계, D2C 역직구 플랫폼 육성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온라인 세일 이벤트 행사를 확립해 국내 역직구 플랫폼을 해외 소비자에게 노출시키며,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해외용 사이트 내에 국내 역직구 플랫폼 연계 홍보를 추진할 수 있다. 또한 D2C 역직구 플랫폼을 육성하고자 하는 제조사를 대상으로 솔루션 구축 지원을 하여 보다 많은 제조사가 직접 해외 시장에 진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국 플랫폼에 대하여 국내 기업들이 받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직구 결제한도 설정, 국내 기업 전용 통관 체계 마련, 국내 법인 설립 의무화, 위해 상품 차단 체계 마련 등이 시급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1회 구매당 150달러의 제한만 있고 누적 면세한도는 없는 관계로 해외 직구 면세 한도를 연간 기준 누적 금액으로 조정하여 세금으로 인한 역차별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발 직구물량이 통관장으로 몰려들다 보니 물량이 많은 중국 직구통관이 먼저 처리되고 오히려 국내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통관 처리가 미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국내 기업 전용 통관장을 구축하여 국내 기업에 대해 신속한 통관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국내 판매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해외 기업에 대해 국내에 법인(지사)을 두게 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에서 유통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해외 기업에 대해 법인 설립과 더불어 개인정보 및 거래정보 등을 처리하는 서버를 국내에 두게 하는 규정 적용도 필요하다. 넷째, 중국 유해 상품을 필터링하도록 URL 차단 및 위해 상품 적발 통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자국 플랫폼 없이는 경제성장의 기회를 얻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지켜야 할 디지털 주권도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력 있는 플랫폼의 보유는 단순한 자국 국적의 ‘기업 플랫폼’의 존재가 아니라 ‘국가 플랫폼’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이에 플랫폼 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검토하여야 하며, 이와 관련하여 플랫폼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운영 및 개발에 적용되는 주요 기술을 국가·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 및 수출·고용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현저한 기술로 보아야 하며, 플랫폼 연관 전략기술을 연구개발 또는 사업화하거나 이에 필요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육성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플랫폼 기업을 지원하다 보면 플랫폼 내 주요 플레이어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정책 지원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 소외되는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부 지원도 필요하겠으나 국가적 지원을 받게 될 플랫폼 기업들의 적극적인 상생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상생 방안을 마련토록 유도할 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도 보유 역량을 활용하여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현재 역차별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플랫폼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중소 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단기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대책은 국내 토종 플랫폼의 시장 수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여 토종 플랫폼을 중심으로 중소 상공인, 기술벤처, 물류, 광고, 금융 등으로 연결된 국가 플랫폼 생태계가 국가의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공정한 질서 유지자 및 선도 산업 리더로서 역할을 기대한다.


정연승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전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전 한국유통학회 회장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