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칼럼] 탈세계화 시대, 中企 경쟁력 강화로 新동력 만들자
2023-11-15 15:57
지난해 6월 이후 이어진 중소기업 수출 감소세가 8~9월에 소폭 증가하며 하반기 들어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 반가운 소식이다. 중소기업 수출 증가는 단연 K-뷰티 덕분이다. 이번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하며 화장품 총 수출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5%에서 올해 3분기 62.5%로 성장했다.
그동안 중소기업 수출은 양적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 이는 고비용 구조, 창조적 역량 부재 등 대내적 요인과 함께 중국의 경쟁력 상승과 같은 대외적 요인이 원인이며, 그 결과 최근 중소기업 수출은 1000억~1100억 달러대에서 정체되었다. 실제 중소기업 수출 비중을 보면 OECD 평균이 30%를 넘는 반면 한국은 20%에도 못 미친다. 전체 수출 참여 중소기업 수도 2019년 9만9000개에 달했으나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신규 진입 수출 기업 수도 2000년대 초반 3만개를 상회했으나 2021년 이후 1만3000개로 축소되었다. 신규 수출 기업의 1년 후 생존율이 50%대, 5년 후 생존율은 20%대에 그쳐 선진국 대비 수출지속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대만과 비교해 대기업·중후장대산업 연계 수출이 많은 반면 컴퓨터, 전자통신부품, 기계부품 등 중소기업 특화 수출은 열위에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수출 관련 국내 환경은 어떠한가? 먼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제 규모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30년 3381만명으로 357만명 감소하고 2070년에는 2020년 대비 53.5% 감소한 1737만명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실질 GDP 감소로 이어지는데, 골드만삭스는 2060년 이후 한국의 실질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으로 수출 규모 둔화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의 평균 30%가 수출에 기인하고 있어 경제성장률 둔화는 곧 수출 둔화를 의미한다. 2022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74%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수출 둔화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해외 투자, 해외 생산 및 기업 내 무역 확대 흐름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매년 증가 추세로 2022년 800억 달러를 넘었으며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도 일본과 같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 해외 투자 및 해외 생산 증대로 국내 기업과 해외 법인 간 무역도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미 수출에서 기업 내 무역 비중은 2021년 59.5%로 여타 국국 평균 46.3%를 상회하고 있다.
한편 우리보다 몇 년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무역구조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993년 9.55%를 정점으로 급격히 하락하여 작년 3.0%로 역대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해외 생산 확대로 인한 제조 경쟁력 약화 등에 주로 기인한다. 실제 일본의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1995년 69.4%에서 작년 59.4%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으며, 일본의 제조업 해외 생산 비중은 2021년 25.8%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동일한 상황으로 인해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전망하기에 충분하며 국내 중소기업의 전반적 수출 환경은 점점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첫째, 향후 수출에서 서비스·데이터의 중요성을 반영해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을 강력하게 추구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 블록화 심화로 상품 수출은 감소하고 서비스와 데이터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불확실성 증대와 국가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특정 분야에서 제조·서비스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기술·품질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 제조·서비스 융합을 위한 R&D에 최우선 투자하자.
둘째, 온라인 전성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의 해외 역직구 수출을 더욱 증대시켜야 한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전자상거래 수출은 전체 수출의 0.13%에 불과하나 중국은 1조5300억 위안으로 전체 수출에서 6.4%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한국 소비자의 중국 직구 거래액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을 통한 해외 진출이 유일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출이 가능한 시대다. 중소기업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출 지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자.
셋째, 중소기업에 대해 탄소중립·ESG 관련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철강, 알루미늄(탄소국경세), 자동차부품(공급망 실사), 가전(친환경·에너지효율) 등 업종별로 전 세계적 탄소중립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은 독자적으로 이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글로벌 탄소중립 스탠더드를 맞추고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자.
넷째, 중소기업 간 상호 네트워킹을 활성화해야 한다. 독일과 대만은 중소기업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민간 네트워킹이 활발하다고 한다. 최근 지경학적 위기, 탄소중립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한국도 중소기업 상호 간 애로 공유, R&D 기술 협력, 해외 진출 등에서 업계 간 네트워킹을 증진할 구체적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다섯째, 최근 증가하는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올해 국내 FDI 유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를 활용해 외투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 간 연계를 추진하자. 구체적으로 외투 기업에 납품, 기술 협력, 테스트베드 역할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인력 양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생산성 향상, 공급망 불확실성 해소, 해외 정보 획득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 이견이 없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입점과 활용을 위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문해력(판매·물류·서비스) 교육을 강화하자.
탈세계화 시대에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로 변화와 위기 속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연승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 △단국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 한국경영학회 산업정책위원장 △전 한국유통학회회장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