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정비사업 한풀 꺾였나…속도 안 나는 모아타운·신통기획

2024-04-10 18:19
규제완화에도 지지부진…2년 넘게 모아타운 착공 0곳

[사진=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정비사업 모델인 모아타운과 신속통합기획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활발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낮춘 문턱이 오히려 주민 간 갈등, 투기수요 진입 등 부작용을 야기해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대상지로 선정된 총 85곳 가운데 착공에 들어간 곳은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역시 지난 2022년 1월 모아타운 1호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 외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모아타운은 서울시가 2022년 1월 도입한 제도로,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모아 추진하는 정비사업이다. 통상 8~10년 이상 걸리는 일반 재개발 사업과 달리 정비계획 수립과 조합추진위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2~4년이면 사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전체 모아타운 대상지 85곳 중 관리계획 수립을 마친 사업지가 35곳으로 절반이 채 안 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리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대상지 선정 이후 해당 모아타운 사업에 대한 관리계획이 수립돼야 조합설립을 진행할 수 있고, 이후 통합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이주, 착공이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모아타운 사업 추진 동력이 꺾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는 지난해까지 수시공모 전환, 주민제안 요건 완화 등 사업 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꺼내들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치구 공모 제외요건을 마련하는 등 오히려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모아타운 구역 내 주민들 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투기 세력 유입이 의심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동의율, 노후도 등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투기 수요가 늘고 주민 의견충돌이 생기면서 오히려 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기존 선정된 지역에 대해서도 주민갈등, 투기우려 등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모아타운을 둘러싸고 투기 우려와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 갈등이 커지면서 건전한 사업 추진을 위한 방안을 내놓는 등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껏 추진해온 모아타운 사업과 앞으로의 방향성은 조금 다를 것"이라며 "기존 선정된 곳들도 문제가 있다면 재검토해 철회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은 신속히 추진, 착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비계획 수립 기간을 단축,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신통기획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12월 신통기획 후보지 21곳을 선정하며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신통기획으로 추진 중인 곳은 총 124곳이다. 이 중 2021년 최초로 후보지로 선정된 21곳 가운데 4곳(중랑구 면목동, 도봉구 쌍문동, 강동구 천호A1-2구역, 강서구 방화2구역)만 올 1분기 들어서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서울시는 주민동의율 등 신통기획 공모 요건을 완화했지만 후보지 내 신통기획 반대 여론, 서울시 정비계획안 내용에 대한 주민 반발이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압구정2~5구역 등에서는 외부인이 단지 내부를 관통하는 공공보행통로, 임대주택 비율 등 공공기여 부담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