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지난해 차입금 20조 돌파···빚 갚을 능력도 악화 우려

2024-04-09 17:29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국내 10대 건설사의 차입금 규모가 2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공사비가 급증하고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고금리 영향으로 지난 한해 동안 이자 부담이 1조1953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돈을 벌어서 이자도 갚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중 9개사(호반건설 제외)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총계는 20조1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건설사가 차입금 관련 사항을 공시한 1984년 이후 최대 규모다.

건설사의 차입금 규모는 2010년대 초까지는 10조원을 밑돌았으나 2016년 16조원 수준으로 늘어난 뒤 등락을 거듭해 왔다. 지난 2021년 12조8955억원을 기록한 차입금 규모는 건설경기 한파가 불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진 2022년 19조8280억원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 20조원을 넘어섰다. 2년 만에 56%가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금융비용(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들 대형 건설사의 금융비용 합계는 1조1953억원으로 지난 2021년 3842억원에 비해 2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대형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1.39배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9.5배에서 2022년 5.38배로 낮아지더니 지난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통상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를 기록하면 1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형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금융비용이 늘어난 영향도 크지만 영업이익이 급락한 영향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대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1조6674억원으로, 2022년 3조364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 SK에코플랜트 등 지난해 영업실적이 급감하거나 적자를 기록한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올해도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건설사의 채무 상환 능력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는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재무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어 세심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에서는 10위권 대형 건설사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이 예측하고 있지만 올해 위기가 찾아온다면 10대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마냥 안전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