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늘리자"…유동성 위기에 우선주 발행하는 증권사들

2024-04-01 06:00
2023년 12월 결산 사업보고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금이 3145억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증권사 순이익이 줄곧 줄어든 가운데, 우선주 발행으로 자본 확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결산 사업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이 총 3145억원의 RCPS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은 RCPS를 발행한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으로 약 962억원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했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전환우선주로 944억원을 발행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865억원(전환우선주), 현대차증권 352억원(상환우선주), 흥국증권 217억원(전환우선주)도 있었다.

지난해 증권사 중 RCPS를 가장 많이 발행한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해 적자 전환됐다. 이후 다올은 자회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우리은행에 매각, 48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며 자본 확충부터 힘썼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이다. 투자자는 상환권과 전환권 모두 선택할 수 있어 투자 수익을 높이기 좋다.
 
발행사인 증권사의 경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면서 몸집을 불릴 수 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늘고 실적 개선을 위한 다각화에 유리해진다. 일례로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겨야 부동산, 투자은행(IB), 인수금융 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 선순위 투자로 유명한 메리츠증권 역시 RCP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본을 늘린 증권사 중 한 곳이다. 2017년 6월 7480억원의 RCPS로 회계상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했던 메리츠증권은 이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회계상 자본에 잡히는 신종자본증권도 발행하며 자기자본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대신증권도 종투사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1일 RCPS 437만2618주를 발행해 운영자금 23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관련 수익성 지표에 대해 유리한 해석을 내세우기도 한다. 자기자본이 크면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누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값은 낮아진다. ROE는 같은 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순이익을 내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 규모가 큰 만큼 타 중소형사 대비 ROE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곤 한다.

증권사가 RCPS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업 역량 확대와 실적 개선을 나설 수 있지만, 이후 다른 회계 지표나 전반적인 신용도 개선까지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나이스신용평가사는 보고서를 통해 "RCPS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의 상환권 행사가 5년 내 가능한 점 때문에 영업용순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적정성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는 없을 것"으로 봤다.
 
한국기업평가도 "금융투자업 규정에서는 상환우선주의 경우 향후 현금 유출이 예정돼 있는 금융부채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점을 감안, 발행일로부터 상환일까지의 기간이 5년 미만일 경우 영업용순자본 차감 항목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한다"며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