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도 홀리는 키움증권 RCPS 매력
2018-02-21 17:46
키움증권이 새로 찍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경쟁사 다수가 출자자로 나섰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키움증권은 오는 3월 6일 신주를 교부하는 RCPS 35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RCPS는 만기 때 자금 상환권, 보통주 전환권을 모두 부여하는 신형 우선주다.
전환가액은 10만7859원으로 투자자들은 내년 2월 22일부터 1대 1 비율로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상환은 3년 이후부터 가능하며 배당률은 2020년까지 4.1%로 책정됐다.
이번 RCPS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되며 증권사 중에는 메리츠종금증권이 가장 많은 27만8140주(약 300억원)를 직접 매입한다. 신영증권과 KB증권은 각각 23만1784주(250억원), 11만1255주(120억원)를 사들였다.
NH투자증권(100억원)과 신한금융투자(50억원), 미래에셋대우(40억원), 한화투자증권(20억원), 한양증권(20억원)도 투자에 나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RCPS는 배당률을 감안할 때 수익률이 4~5% 정도인 채권과 다를 바 없다"며 "일정 기간 이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 장기투자 위주인 보험사나 연기금, 공제회와 같은 기관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자금회전 속도가 빠른 증권업 특성상 RCPS 매입은 회사 성장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둔다는 뜻이다.
지난해 키움증권이 발행한 전환사채(CB) 1470억원어치를 증권사들이 받아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증권사는 CB 금리가 연 1%에 불과했지만 키움증권 주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매입을 결정했다. CB는 신영증권(300억원), 하나금융투자(300억원), KB증권(200억원)을 포함해 10여개사가 사들였다.
통상 RCPS는 CB보다 투자자에 유리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RCPS는 자금 상환권과 보통주 전환권을 모두 부여할 뿐 아니라 배당에서도 우대한다.
전문가들은 키움증권이 신용공여 한도를 확보하기 위해 CB가 아닌 RCPS를 발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무제표에서 CB는 부채로 인식되지만 RCPS는 자본에 들어간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신용공여 업무가 가능하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활황으로 신용융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부 증권사에서는 신용 한도가 초과되기도 했다"며 "신용공여 확대는 위탁매매 수익과 점유율 강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7480억원 규모로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가장 선호하는 자금조달 방식은 유상증자"라며 "하지만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RCPS를 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