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역대급 실적에도 지방 점포는 '줄폐업' 위기

2024-03-14 18:37

롯데백화점 본점(왼쪽부터) , 신세계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사진=각사]
“3조원 vs 740억원”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점포와 70위 점포가 받아 든 지난해 성적표다. 핵심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 백화점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지만, 비수도권 백화점들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폐점 위기까지 내몰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업계의 점포간 매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점포별 매출과 순위를 살펴보면, 도심지역에 위치한 고급형 점포들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지방 점포들은 대부분 역성장했다.

매출 1위 점포는 서울 서초구 신세계 강남점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한 3조1025억원을 기록하면서 7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2위는 서울 송파구 롯데 잠실점으로 전년보다 6.1% 증가한 2조7569억원을 기록했고, 3위는 서울 중구 롯데 본점으로 매출이 3.7% 늘어 처음으로 2조원 클럽에 진입했다. 더현대 서울도 국내 백화점 중 가장 이른 시간에 매출 1조원에 도달하며 12위로 올라섰다.

반면 비수도권 중소형 백화점의 경우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역신장하거나 주춤했다. 특히 △롯데 센텀시티점 -10.1% △현대 미아점 -10.0% △롯데 대구점 -9.3% △롯데 광주점 -7.9%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침체와 함께 지방인구 소멸 현상까지 맞물린 결과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영 위기로 인해 폐점하거나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들어가는 백화점도 늘고 있다.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지속된 매출 부진에 올해 7월로 임대 매장들을 모두 정리하고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돌입한다.

1995년 8월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2000년대 초까지 고급 백화점으로 이름을 알리며 부산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불렸다. 하지만 범일동 상권이 쇠락하고 2009년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부산 해운대구에 오픈하며 부산지역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 결국 2012년 3000억원을 유지하던 매출 규모는 2020년 1498억원까지 줄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강원도 양양 일대에 추진해 온 쇼핑시설 건립도 중단한 상태다. 대구시 중구 동성에 자리 잡은 대구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다점포 전략으로 점유율을 높여갔던 롯데백화점의 경우에도 이 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매출 양극화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은 경쟁사 대비 지방 중소형 점포 비중이 높다. 이에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은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지방 중소형점 활성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 대규모 백화점의 경우 사람도 많고 매장 내에서 즐길만한 체험형 콘텐츠도 많지만, 지방거점 백화점은 체험형 콘텐츠가 적다”면서 “그렇다고 기업이 지방의 인구 자체가 소멸하는 상황에서 해당 지점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핵심 점포는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