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AI 테마주 장세에 조바심… '빚투' 한달새 1조 늘었다
2024-03-06 06:00
신용융자 18.5조… 9667억원 증가
증권가, 코스피 3000선 상향 전망
미국 금리 향방·대선 등 변수 많아
증권가, 코스피 3000선 상향 전망
미국 금리 향방·대선 등 변수 많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인공지능(AI) 테마가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지수 추가 상승 전망이 더해지면서 이에 편승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가 한 달 새 1조원 가까이 늘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수치인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융자 규모는 18조52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 17조5594억원에서 약 한 달 새 9667억7900만원가량 증가했다.
올 들어 신용융자 규모는 증감을 반복하고 있지만 최근 증가세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올해 첫 거래일 당시 신용융자 규모는 17조537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후 '1월 효과' 등에 힘입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끝에 1월 중순 연중 최대치인 18조3814억원(1월 16일 기준)을 기록했다.
신용융자란 말 그대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투자자금 대출 서비스를 의미한다. 보통 매수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데,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부족분만큼 채워놔야 한다. 담보가치는 통상 대출액 대비 140%다.
계좌에 40만원이 있고 100만원어치 주식을 사기 위해 나머지 60만원을 신용융자를 일으켜 매수했다면 매수 주식 전체 가치가 60만원의 140%인 84만원 밑으로 하락하면 안 된다. 이렇게 되면 84만원에서 부족한 금액만큼 계좌에 채워놔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바로 다음 거래일 개장 직후 시장가로 반대매매에 들어가 투자금을 회수해 간다.
증권가는 최근 코스피 상한을 3000으로 상향하고 있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5일 보고서를 통해 연간 코스피 밴드를 2500~3000으로 조정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고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멀티플(배수) 레벨 업 가능성이 확인된 점을 상향 조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코스피 수준에서 300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증시 상승을 위해서는 하반기 기준금리 향배를 알 수 있는 통화정책이나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거시적인 변수들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막연한 기대감으로 섣불리 신용거래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글로벌 증시도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국내 증시도 밸류업 프로그램이나 AI 관련주 약진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에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용 거래 수요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이는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는 기간에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황 연구원은 "다만 증시가 추세적으로 추가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매크로(거시) 변수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대통령 선거 결과 등 증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이벤트들을 주시하면서 보수적으로 투자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