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이자율 속속 인하… 증권사에도 관치 논란

2023-02-21 16:56
조달금리 인하에 이자율 하락 수순은 당연
문제는 증권사에 "이자 인상 이유 소명하라"
은근한 금감원의 압박… 업계선 볼멘소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업계가 10%에 육박하던 신용융자 이자율을 잇달아 인하 중에 있어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이자율 설정을 두고 불합리한 부문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은행과 성격이 다른 증권업계를 동일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번 주중 금리 결정을 위한 협의체를 열고,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회사측은 필수고지 기간인 1개월이 지난 오는 3월 중·하순경 조정된 금리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래에셋증권도 금리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2월 중 신용융자 가격정책회의를 열고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KB증권은 다음달 1일부터 신용융자 최고구간(31일 이상 기준) 이자율을 0.3%포인트 인하한 연 9.5%로 조정했고, 삼성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중심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을 구간별로 0.1∼0.4%포인트씩 인하한다고 밝힌 상태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최고구간 이자율을 연 9.9%에서 연 9.5%로 0.4%포인트 인하했다.

현재 증권사 가운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가장 높은 곳은 DB금융투자다. DB금융투자의 180일 초과구간 이자율은 연 10.20%다. 이어 삼성증권이 10.10%로 뒤를 이었다. 다만 삼성증권은 지난 17일 이자율 인하를 공지했다. 신한투자증권도 10.0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의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압박이 자리한다. 금융업계의 이자장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시작으로 전방위적인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감원은 지난 1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한 일부 증권사에 인상 이유를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인상의 배경을 문의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감독기관의 소명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또 시장금리 하락에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신용공여 이자율을 결정하는 기준금리인 A1급 기업어음(CP) 및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회사채 금리 등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자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중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CD평균금리는 3.49%로 작년 12월 평균(4.02%) 대비 0.5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 증권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8.94%로 작년 12월 평균 8.87% 대비 0.0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D금리 인하에도 일부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의 상승이 지속되면서 금감원은 신용융자 이자율의 산정체계를 검검하고, 신용융자 이자율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증권사들은 대면‧비대면개설 계좌의 이자율을 구분해서 공시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반강제적으로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시키는 것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은행들과 달리 증권사들은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나는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데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항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1조5969억원을 기록했다. 1조8095억원을 기록한 2021년 대비 2126억원(11.75%) 감소한 수치다. 반면 4대 금융지주의 2022년 이자수익은 39조673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이자이익이 총합이 4대 금융지주 이자이익의 약 25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이자율의 경우 사실상 마진이 거의 남지않는 수준으로 운영중에 있다”면서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이 주 수익원이지만 증권사는 전혀 다른데 반해 금융당국은 은행과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