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대단하네"...'집단 사직' 전공의, 자료 삭제 행동지침 '시끌'

2024-02-19 15:42
수술 전 투여하는 처방 '세트오더' 지우거나 바꿔라
"환자 문제 생겨" VS "개인 자료로 치료와 관계없어"
경찰 "최초 작성자 추적"...수사 따라 형사 처벌 가능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19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맞서며 '빅 5' 병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서 사직 전 일부 자료를 지우고, 수정하라는 내용이 공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세브란스병원을 재직 중인 한 글쓴이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들 대단하다. 기업 자료 지우고 도망가기"라는 글과 함께 의사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공지 캡처본을 첨부했다.

캡처본에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과 함께 "인계장은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는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이어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며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세트오더는 중요한 수술 전에 투여하는 약물의 용량과 투여 속도를 정해 놓은 것을 의미한다.

글쓴이는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비번도 PA(진료 보조 간호사)가 로그인 못 하도록 다 바꿔놓으라"면서 "PA가 전공의 ID로 입력 오더 시 책임은 전공의가 모두 뒤집어쓰게 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짐도 남기지 말라"며 "짐을 남기면 '사직서는 가짜'라고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해당 글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블라인드 등의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의견과 "개인 자료를 지우고 나오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반응이 엇갈렸다.

세트오더를 두고도 논쟁이 일었다. 자신이 의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세트오더는 의사 개인이 편할 때 정리해 둔 거라 기업 자료가 아니라 개인 자료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은 "사기업에서는 자료 지우거나 제멋대로 바꾸면 바로 고소당한다"며 "심지어 세트오더를 지우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바꾸라고 했는데 누가 봐도 후임이 제대로 볼 수 없게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 등에 저장·보관된 정보를 누출·변조 또는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됐다.

이에 경찰은 해당 게시글에 대한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며 "수사 상황에 따라 관련자에게 의료법 위반 및 업무 방해 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