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R의 공포] 내년 성장률 '1.9%'...외환·금융위기급 '쇼크'
2024-11-28 17:00
한은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우리 경제 여건이 엄중하고 경기 하강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28일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내렸다. 시장 예상을 깬 2회 연속 인하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를 주장했고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부총재는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지난달만 해도 동결을 외쳤던 금통위원 3명이 '인하'로 의견을 바꾼 것이다.
이날 깜짝 인하는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외환시장 불안, 금융안정(가계부채·부동산) 측면보다 식어가는 경기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 경제성장률이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년 1.9%, 2026년 1.8%로 대폭 내려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 고조, 수출 악영향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다.
연간 성장률이 2%를 하회한 것은 1956년(0.6%) 이래 1980년(-1.6%),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0.7%), 지난해(1.4%)까지 여섯 번뿐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 버팀목인 수출에 대한 타격이 최대 리스크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친 배경도 수출 감소 때문인데 한은은 일시적 둔화가 아닌 구조적 둔화로 판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공세적으로 인상하고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 내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도 0.2%포인트 더 낮은 1.7%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 전망도 불확실성이 크다"며 금리 추가 인하 여지를 남겼다. 금통위원 6명중 3명이 3개월 이내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놨다.
한·미 간 금리 차는 다시 2%포인트로 벌어졌다. 외환시장과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다. 미국 대선 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이고 가계부채도 1900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