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찾아간 여야 대표...소방관 처우개선 한목소리

2024-02-02 03:00
한동훈 "화재진화·위험수당 인상"
이재명 "무인 수색·구조장비 개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일 오후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배종혁 문경소방서장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제3지대 대표들이 1일 당초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고(故) 김수광 소방교(27), 고 박수훈 소방사(35)가 순직한 경북 문경 화재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두 순직 소방관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 시작에 앞서 두 순직 소방관을 호명한 뒤 "이런 영웅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지탱된다"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 두 영웅의 용기와 헌신을 품격 있게 기리고, 유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예정됐던 인재 영입식과 박형준 부산시장 면담 등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경북 문경 화재 현장으로 향했다. 

한 위원장은 현장에서 문경소방서장에게 상황 설명을 들으며 연신 한숨을 내쉬다가 불에 탄 건물 잔해를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현장을 지키는 소방관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며 "도울 게 있으면 최우선 순위로 돕겠다. 현장을 보니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두 분 영웅의 삶이 굉장히 짧았지만 희생이라든가 헌신이라든가 용기의 면에서는 누구보다도 빛났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영웅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유가족들께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먼저 23년째 동결된 화재진화 수당과 7년째 동결된 위험수당을 즉각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 같은 사고를 겪은 소방관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을 관리하기 위한 시설도 전국에 확충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문경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유족분께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말씀을 주셨다"며 "국민이 안전한 나라뿐만 아니라 소방관들도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수색·구조 과정에서 소방관의 피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인 로봇 형태의 장비를 개발해야 하는데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인 수색·구조 장비는 수요가 많지 않아 군 또는 소방 등에서만 필요하기 때문에 공공영역, 특히 정부 영역에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 대표들도 순직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을 애도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전남 순천 일정을 마치고 오후 문경 화재 현장에서 조문했다. 이 대표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소방공무원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 아픔이 매우 큰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 많은 분들이 함께 슬퍼하고 위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이 쉰 채로 눈물을 보인 이 대표는 "몇 년 전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창고 화재사고가 났을 때도 김동식 소방령을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했다"며 "오늘 저보다 더 젊은 두 소방공무원을 떠나보내면서 몇 년 사이 정치권이 보탬이 된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고백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가칭) 인재영입위원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고립됐던 소방관 두 분이 끝내 목숨을 잃으셨다"며 "희생되신 두 분 소방관님의 명복을 빈다. 슬픔에 잠겨 계시는 가족들께 무슨 말씀으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날 오후 경북 문경의 한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현장에서 진화 작업과 인명 구조 활동을 하던 소방관 2명이 건물 내부에 고립됐다. 이후 건물이 무너졌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소방관들은 순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