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부터 부동산까지 내수회복 총력전…한은 "올해 4% 중반 성장할 것"

2024-01-31 11:36
한은 북경사무소 "실물경제 양호 불구 내수 개선 둔화·민간투자 부진"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소비와 일자리,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출 지원 등 전방위 대책을 통해 내수와 투자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4%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지난 29일 '중국경제 동향과 전망'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올해 안정적인 경기회복세 유지를 위한 정책지원을 강화하는 가운데 투자·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4% 중반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은 5.2%다. 

한은 북경사무소가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여 간 중국 경제 흐름을 분석한 결과 현지 실물경제는 제조업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생산과 투자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내수는 더딘 개선세를 보였다. 자동차, 통신기기와 같은 주요 내구재 판매가 둔화된 데다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소매판매 증가율(전년비 7.4%)도 시장 전망치(8.2%)를 밑돌았다. 

해당 사무소는 중국 선완훙위안(申万宏源)증권과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 코멘트를 인용해 고용과 자산 불안정으로 지갑을 닫고 있는 중국 현지 분위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 측은 "중국에서는 고용시장 부진과 자산규모 축소 등으로 심리 개선이 더뎌져 소비 개선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 "청년실업률과 고용불안이 지속되고 자녀교육과 노인부양 부담, 집값·주가 하락까지 덮치면서 청·장년층 소비 여력이 줄었다"고 밝혔다. 

투자 부문에서는 정책 지원을 기반으로 제조업과 SOC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조정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주택거래와 착공실적이 저조해 경기 부진이 지속됐다. 지난달 중국 부동산경기지수는 93.36으로 지난 2015년 5월(92.43) 당시 기록한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7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3선도시의 신규주택가격이 -0.4~0.5% 가량 일제히 하락했다. 민간투자도 작년 9월 전담기구 신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가하면 12월 중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석 달 연속 하락 기조를 이어갔다. 금융시장에서는 유동성(광의통화, M2) 증가율이 소폭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 지도로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면서 비은행 저축성예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속 장기금리가 낮아졌고 올 초에도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주가와 환율(달러화 대비 위안화)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 영향으로 하락했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정부와 시장 간 온도 차가 크다. 중국 정부는 소비 회복 등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고, 상하이 등 지방정부도 연 성장률(지역내총생산, GRDP) 목표를 5~6%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중국의 올해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부채, 저출산·고령화 이슈 등을 근거로 성장복원력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연초부터 경기 회복 강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일 올해를 소비진흥의 해로 선포하고 전자상거래 소비 활성화를 강조했다. 인민은행도 35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담보보완대출을 통해 저가 서민주택 건설과 낙후지역 개발 지원에 나섰다. 또한 일자리 창출(인적자원사회보장부)과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지원안(금감총국)도 별도로 추진된다.

한은은 "향후 중국 경제는 추가 부양책과 소비회복 가속화, IT 업황 개선이 상방 요인인 반면 부동산 경기 부진 장기화, 글로벌 경기둔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 등 다양한 통화정책수단을 활용해 실물경제를 지원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