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불씨' 살렸다… 이행 약속 받아낸 F4

2024-01-08 15:40
채권단 워크아웃 개시 동의 여부는 미지수
정부, 법정관리 등 '플랜B' 검토도 진행 중

[사진=연합뉴스]

태영그룹이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납입하는 기존 자구안 이행에 이어 추가 자구안 계획을 알리면서 채권단과의 협상 물꼬가 다시 트일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태영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워크아웃 개시와 관련한 '기본 조건'일 뿐 사재 출연이나 지주사 지분 담보와 같은 구체적 내용은 빠져 있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열린 경제·금융·통화당국 간 협의체인 'F4 회의'에서 "태영건설이 기존의 4개 자구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제시된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네 가지다.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의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입금하면서 자구안 일부를 이행했다. 나머지 3개 자구안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행 확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강도 높은 추가 자구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Y홀딩스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며 "태영건설이 무사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추가 자구안에는 윤 창업회장 등 오너 보유 TY홀딩스 지분 약 33%에 대한 담보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경영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현실적으론 오너 일가 보유 지분 대신 TY홀딩스 자사주 30%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오너 사재출연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석민 회장의 동생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의 매각대금은 태영건설 지원 대상에 제외돼 있어 추가 사재 출연 시 이 자금이 포함될 수 있다.

태영그룹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은 대통령실까지 나서며 법정관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사태가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과 채권단이 설정한 데드라인에도 '버티기'로 일관한 태영그룹은 지난 주말 한덕수 국무총리의 "제 살을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과 대통령실의 "대주주의 자구 노력 없이는 지원이 어렵다"는 경고에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는 평가다.

기존 자구안 이행과 더불어 구체적 내용을 담은 추가 자구안이 제출되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될 때에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추가 자구안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플랜B'에 대한 검토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