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육박 신차인데…툭하면 방전되는 배터리, 사후 조치는 '엉터리'

2024-01-04 19:00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에서 '배터리 방전' 등 각종 결함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네시스 측은 이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부품 교환 등 임시방편만을 제시해 불만이 더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 방전은 차량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전자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결함인 만큼 국토교통부가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GV80에서 배터리 방전과 차량 물샘 현상 등 각종 결함이 잇따라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출고된 GV80 차주 김정현씨(가명)는 “얼마 전 GV80 페이스리프트 차량을 1시간 30분 운전한 후 야외주차장에 주차했는데 몇 시간 후 차량이 방전되어 긴급서비스를 받았다"며 "차량을 인도받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고 날씨도 영상이라 주변 차들은 시동거는 데 문제가 없었다. 주행 중 시트와 핸들 열선을 켜지 않았고 전조등 조차 꺼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상당수 GV80 차주들도 이와 비슷한 결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제네시스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차주 이은정씨(가명)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GV80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받기까지 1년 가까이 기다렸고, 차량을 받은 지 겨우 한 달여 만에 배터리 방전이 6번이나 일어났다. 본사 측에서 배터리를 교환해줬고 보조배터리도 장착해줬지만 여전히 차량 방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1억원 가까이 주고 산 차를 제대로 타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동호회에 이 같은 방전 결함을 호소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지만 제네시스 측은 배터리 방전 시 배터리만 무상 교환해준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GV80은 브랜드 최초의 SUV이자 G8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2020년 출시 이후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과 전자제어장치(ECU), 고압펌프 관련 결함으로 인해 이미 8차례 시정조치(리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련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배터리 방전은 겨울철이나 배터리가 오래됐을 때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신형 GV80은 대부분 배터리 방전 결함이 영상 기온에서 발생하고 있고 무엇보다 출시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순한 배터리 문제가 아닌 시스템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하루빨리 국토부가 GV80 관련 부품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병일 명장은 "시동을 켜지 않아도 일반적으로 방전되는 전류량은 50에서 80암페어 사이가 되어야 하는데 GV80은 이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에 장착된 전자제어장치를 작동하는 백업·컨트롤 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애초부터 시스템 설계를 잘못 했거나 부품에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리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GV80 일부 차량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원인을 파악중이며, 고객 불편함이 최소화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GV80 부분변경 모델 [사진=제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