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苦물가] 얇아진 지갑에 소비지표 줄줄이 하락…올해 전망도 암울
2024-01-01 18:01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실질임금·가처분소득 증가 주춤
민간소비·건설·투자도 막막…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년과 비슷
민간소비·건설·투자도 막막…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년과 비슷
2년여간 국내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소비지표도 줄줄이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주춤한 사이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던 내수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올해에도 민간소비 개선세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현재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년=100)로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5.1%보다 낮아졌지만 2021년(2.5%)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 이상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고물가 기조 속 가계 실질소득도 사실상 뒷걸음질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3.7%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근로자가 체감하는 실질임금은 1.0%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얇아진 지갑에 가계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소비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106.6(2020년=100)으로 전년 누계 대비 1.4% 줄었다. 1~11월 소매판매액지수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음식점을 포함한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107.2로 전년 동월 대비 1.0% 하락했다. 국내 민간소비 둔화 흐름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작년 3분기 한국 민간소비 증가율은 0.2%에 그쳐 OECD 38개 회원국 평균 증가율(1.5%)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민간소비 둔화 속 건설과 투자도 암울한 모습이다.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국내 건설 수주액은 1년 전보다 26.4% 줄었다. 건설 수주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설비투자도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이 역시 2019년(-7.2%) 이후 4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이다.
다만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정책의 결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내수를 부양하면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수 있으니 내수 부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