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약 해부] 野 "폐교 활용 공공기숙사 5만호 공급"…서울교육청 "활용계획 있어"
2023-12-15 00:00
성수공고 부지엔 특수학교…도봉고 부지는 인근 초등생 사용
與 '청년전용 주택드림 청약통장'도 비싼 집값에 실효성 의문
與 '청년전용 주택드림 청약통장'도 비싼 집값에 실효성 의문
서울 종로구 상명대에 재학 중인 강모씨(21)는 본가가 있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매일 학교를 오간다. 편도로 1시간 30분 소요돼 기숙사나 원룸 생활을 고민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결정하지 못했다. 만약 20만원대 기숙사가 생기면 거주할 생각이 있다던 강씨는 "기숙사는 대학과 가까운 것이 장점"이라며 "기숙사 위치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청년 유권자들을 겨냥해 주거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월 20만원대 공공기숙사 5만호' 공급을, 국민의힘은 '청년 전용 주택 드림 청약 통장' 출시를 각각 발표했다. 아직은 정책 구상 단계지만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한계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측 '월 20만원대 공공기숙사 5만호' 공급은 폐교, 지자체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수도권에 기숙사 3만호, 비수도권에 2만호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평균 월세가 70만원에 달하는 서울 지역은 폐교와 폐교 예정지, 지자체 공공시설을 활용해 기숙사를 신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이미 서울에만 미활용 폐교 3곳, 2024년 폐교 예정인 3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덕수고(행당동)·도봉고·성수공업고가 내년 폐교 예정이고 염강초·화양초·공진중은 올해 폐교됐다.
다만 이들 폐교를 실제 공공기숙사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폐교 혹은 폐교 예정지 건물과 부지를 활용할 계획을 이미 세워뒀다는 설명이다. 성수공업고 부지에는 지체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돼 있다. 도봉고는 리모델링 후 2025년부터 인근 도봉초와 도솔초 초등부 학생들이 사용한다.
여기에 학교 건물과 부지를 활용하더라도 위치와 주변 환경에 따라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월 20만원이라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통학 거리와 인프라 등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주요 대학 주변에는 폐교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면 기숙사에 관계 없이 학생이 모집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이 정부와 함께 발표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1년 이상 가입하면 분양가 6억원·전용 85㎡ 이하 주택에 당첨됐을 때 최대 40년 만기로 저리에 제공되는 '청년 주택드림 대출'을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통장 가입자는 주택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가 80%까지 연 2%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서울에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청년들 수요를 만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에서 대출이 가능한 주택은 분양가 6억원·전용면적 85㎡이하다. 서울에서는 청년들이 살고 싶어하는 분양가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30대 직장인 유모씨는 "대출 가능 80%가 전부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집값이 너무 비싸서 실효성에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여야는 이 같은 지적을 보완해가며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폐교 부지 등 외에도 국공립대 부지를 활용해 사립대 행복기숙사 설치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대·서울교대,·경인교대 등 수도권 소재 국공립대 부지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청약통장 정책과 집값 하락 정책을 '투 트랙'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폭등한 상황"이라며 "현재 집값이 많이 떨어지고 있고 더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