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매도 찬성 측에도 '배터리 아저씨'가 있었다면

2023-12-10 05:00

4일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투자업계 유관기관 주최로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최연재 기자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를 통해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공매도 제도개선 토론회'가 중계됐다. 유관기관·학계·업계·개인투자자 측 관계자들이 모여 공매도 제도 개선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앞서 지난달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이 관련 협의회서 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는 ▲중도 상환 요구가 있는 기관의 대차 거래 상환기간을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동일하게 90일로 하되,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개인의 대주담보비율(현행 120%)을 기관과 외국인의 대차와 동일하게 105%로 낮추는 방안 등이 있다.
 
유관기관은 앞서 발표된 공매도 개선안을 설명하며 해당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뜨거웠던 현장처럼 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댓글창도 뜨거웠다. 
 
댓글 내용은 일방향으로만 흘러갔다. “다 필요없고 공매도 폐지해라”, “하려면 전산화 시스템 도입해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해라”였다.
 
순간 느꼈다. 유관기관들이 아무리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말해도 개미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일단 설명 용어 자체가 증권업계 그들만의 언어다. 공매도 해야 한다는 듣기 싫은 말을 어렵게 말한다. 개미들이 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홍보이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까. 듣고 싶은 말을 ‘쉽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불만에 공감하고 대신 분노해준다.
 
토론회 이후 기자들은 공매도에 대해 공부를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반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려웠다고 말한다.
 
아울러 내용 파악이 됐다고 하더라도 예탁원 등 유관기관처럼 공매도 데이터를 알 수 없기에 분석에 한계를 느꼈다. 정작 개인들이 궁금한 점은 민감한 사항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개인 투자자들은 유관 기관의 설명은 어렵고 겉돌기만 할 뿐 귀에 들어올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을 줄곧 주장해오고 있지만, 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검토하겠다는 말만 한다.
 
투자자들이 공매도 유지 대신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위해 대안을 달라고 나섰지만 “기술적으로 불가하다” 혹은 “검토해보겠다” 말만 되풀이했다. 당연히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왔다. “우리나라 주식이 저평가돼 있기로 유명한데, 대체 왜 공매도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답변은 두루뭉술했다. “선진국도 유지하고 있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우려” 등 익숙한 답변이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매도 제도 유지가 왜 필요한지, 어떤 점이 더 도움이 될지 그들의 눈높이에서 설명을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유튜브 댓글창에는 이들의 말에 반응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