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글 인 서울' 이동욱 "현실적인 로맨스와 임수정…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2023-11-29 00:01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영호' 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배우 이동욱은 판타지적인 작품,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누군가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거나, 몇백 년을 살아온 '구미호' 같은 비현실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작품, 캐릭터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배우 이동욱이 가진 담백함과 현실성 덕이었다. 그는 낯선 이미지들을 제 식대로 소화해 왔고 보태거나 덜어내는 법 없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해 왔다. 배우로서도 자연인으로서도 담백함을 고수하는 그는 거리낌 없이 대중에게 작품과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동욱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이 현실에 발붙일 수 있게끔 만들었고 보는 이들이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비현실적인 인물들을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끔 연기해 왔던 이동욱은 보다 더욱 섬세한 공정을 거쳐 우리 곁에 있는 인물로 느껴지도록 했다.

"전작이 판타지, 스릴러 등 장르물이 많아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 있잖아요. 그동안 사람 아닌 캐릭터들을 연기하다 보니까. 하하하. 그러던 차에 영화 '싱글 인 서울' 제안을 받게 됐죠. 현실적인 이야기에, 로맨스 장르, 게다가 임수정 배우가 상대역이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영화는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 분)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 분)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동욱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이자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논술 강사 '영호'를 연기했다. 싱글 라이프 에세이인 '싱글 인 서울'로 오랜 꿈이었던 작가 데뷔를 하고 편집장인 '현진'과 함께 책을 만들면서 티격태격하지만, 점점 그녀와 있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영호' 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동욱은 전작들보다 더욱 섬세한 결을 가진 '싱글 인 서울'과 '영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무얼 더하거나 덧대는 게 오히려 과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는 부연이었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위해 오히려 더욱 뭘 안 하려고 했죠. 전작들은 캐릭터의 포인트 요소를 살리기 위해서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다면 '영호'의 경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이요."

그는 자신의 '싱글 라이프'와 '영호'의 삶이 어느 정도 닿아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영호'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고.

"'영호'와 조금 닮은 거 같아요. 저도 싱글 생활이 좀 길어져서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거든요. '영호'처럼요. 성격도 처음부터 살갑고 다정한 편도 아니어서 군데군데 ('영호'와) 닮은 게 많다고 여겨졌어요."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영호' 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앞서 임수정과 이동욱은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임수정의 전 연인 역할로 한 신 등장했던 이동욱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팬들의 염원으로 두 사람은 다시 영화를 통해 재회했고 '썸'타는 사이까지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수정 씨와 재회하게 되어서 정말 기뻤죠. 호흡도 정말 잘 맞았어요. (임수정은) 카메라 안팎에 차이가 있어요. 카메라가 돌면 정말 프로페셔널한데, 카메라 밖에서는 '현진'처럼 엉뚱하고 귀여운 데가 있거든요. 순간순간 '참 귀여운 사람이다'라는 생각했었죠. 수정 씨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저도 오래 연기했지만, 저와 연기 방식이 조금 달라서 되려 도움이 되더라고요. 굉장히 디테일한 배우고, 이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사람들은 참 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의지가 많이 되는 배우죠."

영화 개봉 후 '싱글 인 서울'은 '어른들의 로맨스'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은 아니지만 시나브로 물들어 가는 연애 감정이 관객들의 마음을 간지럽혔다는 반응이다.

"'현진'과 '영호'의 감정이 불꽃 튀는 게 아니라서 더욱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진짜 우리가 하는 사랑의 형태 아닌가 싶더라고요."

이동욱은 줄곧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영호'와 닮아있다고 말해왔다. 대화를 나눌수록 실제 이동욱의 연애 스타일도 궁금해졌다.

"저는 살갑고 다정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상대방이 저의 그런 점들을 이해해주어서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어요. '싱글 인 서울'을 보고 나니 그렇게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또 저는 유머 코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그런 분들과 연애할 때 참 즐겁지 않았나 싶어요."

오래 연애를 안 하다 보니 "연애 세포가 죽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던 그는 '싱글 인 서울'로 조금식 회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며 설렘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싱글 인 서울' 덕에 연애 세포가 재활하고 있어요. 하하하. 사실 제게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요. 한 영화 프로그램에서 '연애 세포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점수가 엄청 낮더라고요.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요."

'비혼'을 결심한 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결혼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데요. 그게 '곧' 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의 구성원, 가장으로 맡은 바를 해야 하는데 그 정도로 성숙한 사람 같지 않더라고요."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영호' 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팬들은 이동욱에 농담을 곁들여 '유튜버'라는 애칭을 지어주었다. 그가 출연한 유튜브 '핑계고' 출연분은 1000만뷰 가까이 조회수를 늘리고 있다.

"더는 유튜브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계속해서 나갈 일들이 생겨요. 하하하. '핑계고'의 경우는 벌써 1000만뷰 가까이 되었다고 해서 놀랐어요. '그게 재밌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보는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즐거워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앞서 말한 대로 이동욱은 '유튜브 출연 중단'을 선언해 왔다. 잦은 유튜브 출연이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가 유튜브 출연 중단을 선언하자, 제작진과 시청자들은 이동욱의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출연하는데) 다 이유가 있어서 나가는 거예요. '살롱드립'은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로 인연을 맺은 (장)도연씨를 위해 출연한 거고, '채씨표류기'는 같은 소속사인 형원 때문에 나가게 된 거예요. '핑계고'는 (유)재석 형이 '나오라'고 하니까. 하하하. 다들 어떤 인연이 있어서 나가는 거죠."

1999년 드라마 '베스트극장-길밖에도 세상은 있어' 이후 25년이 흘렀다. 어느새 데뷔 25주년을 맞게 된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어떻게 후회가 없겠느냐"고 털어놓았다.

"후회가 남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어떻게 없겠어요. 100이면 100 다 맞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후회를 돌아보면서 반추하고, 또 다른 자양분으로 삼으려고 해요. '질척거리지 말자'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거죠. 하하하.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 이렇게 영화도 찍고, 인터뷰도 하고요. 행복한 배우죠. 이 일을 '업'으로 삼길 참 잘했구나 싶어요."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영호' 역을 맡은 배우 이동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동욱은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팬들에게 "참 고맙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무심한 말투였지만 오랜 고민과 애정이 묻어나는 말들이었다.

"팬들의 사랑은 참 맹목적이에요. 제게 아무것도 받아 가는 게 없잖아요? 이런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부모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이 힘들다가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직업이 몇 개나 될까?' 그런 생각을 해요. 정말이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어요. 팬들 덕에 '행복한 사람이구나' 되새겨요. 참, 행복하게, 잘 살고 있구나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