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석 의사 누락한 경찰 보고서…대법 "허위공문서작성 아냐"

2023-11-27 08:56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2심판결 파기 환송
"거짓이나 허위 작성 고의 증명 어려워"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피의자가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누락하고 '도주' 등으로 기재한 수사보고서로 영장을 받아 체포한 경찰관의 행위를 허위공문서작성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허위공문서작성·직권남용체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수사보고서에 체포 사유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거짓이 있다거나 허위 작성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부산의 한 경찰서 소속의 A씨는 수사보고서에 주요 사건 경위를 보고서에서 뺀 상태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베트남 국적 B씨의 출석이 예정된 당일 다른 사건으로 외근 중이란 이유로 출석을 보류했다. 하지만 A씨는 다음 날 보고서에 자진 출석 의사 등의 내용을 뺀 채 '휴대전화를 끄고 불상지로 도주한 상태. 연락을 받지 않고 소재 불명인 상태' 등으로 기재했다.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B씨는 또 다른 출석 예정일에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A씨를 기소했고 B씨의 체포는 취소됐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가 B씨의 출석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고 동료 직원 등이 A씨의 소재를 정확히 몰랐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A씨 입장에서는 출석을 보장할 지위에 있지 않은 동료 직원과 통화로 당일 갑자기 출석 의사를 전달받은 셈으로 보고서 작성 당시까지 도주한 상태가 계속됐을 뿐"이라며 "보고서가 허위란 전제로 적용한 직권남용체포 혐의 역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