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檢, '부당합병' 이재용 징역 5년 구형…"공짜 경영권 승계"

2023-11-17 14:02
"면죄부 받으면 위법·편법 합병 판칠 것"
"척지면 안 된다"…물밑 압박 시도 주장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이재용 등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객관적 증거들도 넉넉히 확인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 6월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 선고를 요청했다. 

검찰은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부정을 저질러 국내 자본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며 "우리 사회 구성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는데, 1등 기업인 삼성에 의해 무너진 역설적 상황이 펼쳐졌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 측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이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신성장 동력 확보라고 설명하지만, 사후적으로 만든 명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합병은 양사 자체 결정이고 6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피고인들은 홍보했지만, 이미 미전실은 합병 준비를 계획 중에 있었고 시너지 효과도 진지한 검토 없이 발표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삼성이 물밑 압박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 재판에 출석하면서 주변 법무법인의 전화를 받았다"며 "삼성과 척을 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 구조 개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부디 우리 자본 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본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자산 4조5000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후 공판에는 변호인들의 최후 변론과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