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유통 핫이슈] "쿠팡이 쿠팡했다"…김범석이 새로 쓰는 이커머스 역사
2023-11-08 18:01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2015년 기자 간담회에서 한 첫 일성이다. 김 의장은 이후 공식·비공식 석상을 통해 반복적으로 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 의장이 2010년 8월 10일 설립한 스타트업 쿠팡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로 성장했다. 쿠팡은 쿠팡만의 빠른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대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물류 인프라에 지속적인 투자로 규모를 확장해 나가며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들까지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9년 5월에는 쿠팡이츠로 배달앱 시장에 진출해 빠른 속도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사업자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쿠팡플레이라는 이름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넷플릭스 등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 의장이 공언한대로 ‘쿠팡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한국의 아마존’까지
쿠팡의 시작은 티몬, 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였다. 당시 쿠팡은 물류센터에 직접 상품을 매입한 뒤 이를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쿠팡맨’(현 쿠친)이라는 배송직원과 로켓배송이 그것이다. 최근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세우고 제3자 물류 배송 서비스의 길을 열기도 했다. 새벽배송과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등 끊임없는 서비스 출시를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원래 김 의장은 쿠팡을 설립하기 전에 잡지 회사 2곳을 설립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재학 당시 미국 주요 대학 소식을 담은 ‘커런트’를 창간해 뉴스위크에 매각했다. 졸업 후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잡지 회사 ‘빈티지미디어’를 세웠다가 팔았다.
쿠팡은 적자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다. 물류라는 분야 자체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나타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쿠팡 성공의 불씨를 살렸다. 손 회장은 2015년 쿠팡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데 2018년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쿠팡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공 투자펀드와 소프트뱅크, 아랍에미리트 등이 자금을 운영하는 회사였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을 만나 6분 만에 투자를 결정한 손 회장은 쿠팡에게도 힘을 실은 것이다.
이 시점부터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고속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다 쿠팡은 2021년 3월 11일 34억 달러를 조달하며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를 한다. 당시 상장 종가 기준 시가총액 95조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기준으로는 3위로 뛰어올랐다.
‘규모의 경제’서 완승…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 여부 관심
쿠팡의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규모의 경제로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적자 폭이 커진 게 아킬레스건이었다. 국내와 해외에 건설하고 있는 풀필먼트센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은 이마저도 극복한 모습이다. 쿠팡은 올해 3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8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매출 7조원을 넘어선 후 8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 기록도 세웠다. 동시에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쿠팡이 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61억8355만 달러·분기 평균환율 1310.39)으로 전년 동기(6조8383억원·51억133만 달러) 대비 18% 늘었다. 달러 기준 매출은 같은 기간 21% 증가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146억원(8748만달러)으로 전년(1037억원·7742만 달러)보다 11%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1215억원·9067만 달러)과 비슷한 1196억원(9130만 달러)을 기록했다. 다만 달러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13%, 1% 증가하며 원화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환율 하락에 따른 결과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켓그로스 회계처리 기준이 지난 2분기부터 총액(gross)에서 순액(net) 기준으로 바뀌었는데, 원래대로 회계 처리를 적용했다면 3분기 원화 매출 성장률은 18%보다 약 6.3% 높았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24%대 성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공행진의 비결은 활성고객과 대만 시장 등 해외 사업 호조 덕분이다.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분기에 한 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2042만명으로 전년(1799만명) 대비 14% 증가했다. 3분기 고객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3%) 이후 가장 높았다. 활성고객 1인당 매출은 303달러(39만7040원)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
쿠팡은 ‘로켓와우’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100만명으로 이미 강력한 락인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쿠팡은 지난 4월 멤버십(월 4990원) 적용 대상을 쿠팡이츠까지 늘렸다.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쿠팡이츠라는 배달 앱을 이용할 수 있게 유인한 것이다.
와우 멤버십의 혜택 확대는 회원들의 지출 증가로 이어졌다. 쿠팡이츠 할인을 시작한 뒤 이츠를 사용하는 와우 회원이 90% 늘었고, 혜택이 주어진 지역의 75% 이상에서 거래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쿠팡의 핵심 비즈니스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분야 3분기 매출은 7조8178억원(59억6602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달러 기준으로도 21% 늘었다.
김 의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로켓 상품군이 늘면 고객의 쿠팡 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모품 같은 카테고리는 시장 평균보다 몇 배 빠른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며 “로켓프레시와 로켓그로스는 전체 비즈니스보다 각각 2배, 3배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등 신사업 매출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잠재력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한국 로켓배송 출시 첫 1년보다 대만 첫 해 성장속도가 빠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쿠팡 앱은 올해 대만 시장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