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파업 피하나, 임단협 잠정합의에 안도 한숨

2023-10-31 17:23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던 포스코가 올해를 무사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안에 잠정 합의하면서다.

다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쟁의권을 확보한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해도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포스코 복수노조 중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회의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주식 400만원 지급, 일시금(비상경영 동참 격려금) 250만원 지급, 지역상품권 50만원 지급, 격주 4일 근무제도 도입, 경영성과금제도·직무급제 도입·복리후생 재설계 등을 위한 태스크포스구성 등이다.

노조 측은 대의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내용을 설명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잠정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되면 노조는 쟁의활동을 멈추고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게 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합의안이 사측 제시안에 근접한 만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노조는 앞서 지난해 경제성장률(2.6%), 물가 상승률(5.1%)에 지난 3년간 임금손해분(5.4%)을 더해 기본급을 13.1%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1인당 평균 약 39만원 인상되는 수준이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9만2000원에 400만원 상당의 자사주, 현금 1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잠정합의안은 사실상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셈이다.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한 포스코 직원은 “합의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직원들이 다수 있다”며 “합의안의 내용을 보면 사측이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다면 노조는 곧장 파업 등 쟁의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조는 지난 30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위한 쟁의활동을 가결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고 쟁의활동에 돌입한다고 해도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1만여 명의 조합원 중 3분의 2가 사무직·관리직이며, 생산직은 30%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생산직에 속하는 30% 인원의 상당수가 수당은 물론, 근무수당도 받지 못하는 파업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노조 쟁의활동 찬반투표에는 1만756명이 참여해 22.21%가 반대표를 던졌다.

노조가 가진 조합비가 넉넉지 않다는 것도 파업 장기화 현실성을 낮춘다. 파업 기간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에 대해 노조가 이를 충당해 주는 것이 보통인데 현재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 포스코 관계자는 “쟁의활동 투표 등 다소 강성으로 보이긴 했으나 교섭단체인 한국노총이 불법행위를 전혀 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다”며 “회사 측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합의안대로 올해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노동조합이 지난 9월 6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