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부부 '아름다운 장기 이식'…의정부 을지대병원 의술 더해져 '새 삶'
2023-10-16 12:08
'남편, 비자 상실·경제 위기 속 아내 위해 용기 내'
콩팥병 말기 진단을 받은 아내를 위해 자신의 콩팥을 이식한 남편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이 외국인 노동자 부부인 데다 장기 기증이 9월 9일 장기 기증의 날을 즈음해 이뤄져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캄보디아에서 온 지와(25) 씨와 팩트라(23·여) 씨 부부다.
이에 김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 치료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던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가장 빠른 일정으로 진료 예약했고, 진료 결과 팩트라 씨는 만성 콩팥병 말기(5단계) 판정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며 만나 결혼한 뒤 지난해 7월 외국인노동자비자를 받아 입국해 지와 씨는 경기 시흥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팩트라 씨는 경기 포천의 스티로폼 공장에서 각각 일하며 주말 부부로 살아왔다.
특히 주말이면 경기 의정부에서 만나 알콩달콩 신혼을 보내기도 하고, 교회도 함께 다니며 한국 생활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였던 만큼 이들의 충격은 컸다.
장기 이식하지 않을 경우 평생 투석해야 했기 때문에 이들의 처지는 더 딱했다.
신장내과 이성우 교수는 "팩트라 씨는 급성이 아닌 만성 콩팥병으로, 한국에 오기 전 콩팥 기능이 좋지 않다는 정도만 알았고 적절한 진단 및 치료는 받지 못한 것 같다"며 "콩팥병 말기인 관계로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하면, 평생 투석하며 살아야 한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팩트라 씨는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어서 투석을 위해 일주일에 3일을 공장 근무에서 빠지면 비자를 유지할 수 없는 처지였다.
생계도 생계지만 투석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고, 무엇보다 투석으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팩트라 씨의 앞으로의 건강과 이들 부부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신장 이식뿐이었다.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 없던 남편 지와 씨는 의료진에 자신의 신장 이식을 요청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아프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지와 씨는 아내에게 "내가 신장을 떼어 줄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건강만 생각해"라고 오히려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성사된 신장 이식 수술 집도는 이식 경험이 많은 신장이식팀 혈관이식외과 김지일·신창식 교수와 비뇨의학과 박태용 교수가 맡았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신장 이식 수술을 위한 검사에서는 다행히 문제는 없었지만, 부부 모두 신장에 피를 공급하는 신동맥이 1개가 아니라 2개라는 특이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신장이식팀은 "신동맥이 1개 더 있다는 것은 위험 요소가 두 배로 커지는 것"이라며 "2개 신동맥 중 하나라도 손상이 되면 신장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신동맥 2개 모두 아무 손상을 입히지 않는 것이 이번 수술의 가장 큰 요소였다"고 밝혔다.
신장이식팀은 충분한 기간을 갖고 수술에 대한 자체 시뮬레이션을 하며 손발을 맞춰 갔다.
신장 이식 수술의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갖추고, 이들 부부의 건강도 최상으로 유지하면서 9월 8일을 수술 일로 잡았다.
이날 3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이들 부부는 바로 일상이 가능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여 건강한 모습으로 같은 달 22일 퇴원했다.
김지일 교수는 "퇴원한 지 3주 정도 됐는데, 부부 모두 신장 기능 수치가 계속 정상으로 유지되면서 일상 활동을 하고 있다"며 "수술 이후 3개월이 매우 중요하다. 면역 억제제 합병증 또는 감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전했다.
이에 팩트라 씨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병원 비용까지 지원해 준 김민섭 목사와 수술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따뜻한 말로 보듬어 주며 치료에 최선을 다해준 의정부 을지대병원 의료진에 감사하다"며 "남편을 비롯한 많은 이들 덕분에 새 삶을 얻었다.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잘 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