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쇄신'이라는 이름의 정치권 '루틴'
2023-10-16 06:00
여의도 정치권에는 '10년 주기설', '4년 주기설'이 있다. '10년 주기설'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 진영이 번갈아 두 번 연속 대선에서 승리, 10년씩 집권하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는 진보진영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보수진영 윤석열 정부에 정권을 넘겨주면서 일단 폐기되는 분위기다.
'4년 주기설'은 국회의원 임기 4년 기간 여의도 국회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의원 임기를 시작한 1년 차에는 민생과 상생, 협치를 이야기한다. 2년 차부터 여야 진영 갈등이 본격화된다. 3년 차에는 차기 공천 등을 염두에 둔 내부 권력싸움이 고조된다. 그 기간에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가 끼어있다면 그 강도는 더욱 격렬하다.
의원 임기 마지막 4년 차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쇄신 경쟁에 나서며 국민들, 특히 전통 지지층을 향해 "한 번만 더 믿어달라"고 호소한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전략이다. 제3지대론도 단골손님처럼 나온다. 이들은 "여의도 정치판을 바꾸자"며 추상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기성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선거 직전 정부가 주도하는 초대형 외교‧안보 이벤트가 발생해 유권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도 상수의 영역이다.
국민의힘의 임명직 당직자들은 일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15일 비공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4시간 토론의 결과는 김기현 대표 재신임이었다. 김 대표는 '총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여권발 쇄신 후폭풍은 야권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른바 '여야 쇄신경쟁'의 시작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 정치권의 호들갑스러운 쇄신 노력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국민들에게 다가올지는 미지수다. '찻잔 속의 폭풍'은 안에서나 시끄러울 뿐이다. 결국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여야가 당리당략‧총선승리가 아닌 국익과 민생‧경제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