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 앞두고 '사법 방해' 의혹 정조준

2023-09-03 14:10

경기 수원지검 전경 [사진=연합뉴스]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검찰이 최근 측근들의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의적 재판 지연과 기록 유출 의혹 등을 규명함과 동시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복안이라는 분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쌍방울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박찬대 의원과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민주당 의원에 대해 4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지난달 말 통보했다.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관련 재판이 공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들이 재판 지연 등 고의적인 사법 방해 행위에 관여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검찰은 최근 사법 방해 의혹이라는 틀 안에서 이 대표 측근들을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 지연 의혹과 관련 재판·공문 기록 유출 정황이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13일 이 전 부지사 측근인 이모씨를 만나 "이 전 부지사와 관련해서 당이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 아내인 백모씨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달 18일 백씨는 선임된 변호인단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남편이 고립된 채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일주일 후 진행된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는 남편이 검찰 회유를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변호인 선임 문제로 이 전 부지사 재판은 계속된 공회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기록 유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의원이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투자 유치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해당 자료가 검찰이 재판부에만 제출한 증거자료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재판 기록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천 의원에 대해서는 이 전 부지사 재판 지연 의혹에 개입했는지와 올 초 발생한 경기도 공문 유출 의혹에서 당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사건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월 민주당 정무부실장이 경기도 전 평화협력국장을 통해 대북 공문을 전달받은 의혹과 관련해 천 의원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향후 조사 결과나 불참 등 대응에 따라 이들을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의 재판 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법원은 지난 1일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기시장상권진흥원장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법원이 영장심사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하고 이씨도 피의사실 상당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검찰도 추가 수사를 진행할 최소한의 동력은 확보한 상황이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유례없는 조직적·계획적 사법 방해 행위의 배후 세력 규명 등 전모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한편 검찰이 이번 사법 방해 의혹을 조직적인 방해 행위로 보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의 수사와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상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