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게이트 분수령'..美 특검, 트럼프 사법방해 수사

2017-06-15 13:50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대통령을 직접 겨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의 청문회 이후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쟁점으로 대통령의 사법방해가 떠오르면서 뮬러 특검팀의 수사 초점이 대통령의 FBI 수사 개입 여부로 향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특검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 유착 관계를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사법방해는 중대한 대통령 탄핵사유인 만큼 뮬러 특검의 조사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린다. AFP, 가디언, CNN 등 주요 매체들도 일제히 WP를 인용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들은 뮬러 특검이 대통령 사법방해 수사의 일환으로 이번 주 안에 세 명의 정보당국 관리들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 마이크 로저스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 리처드 레짓 전 NSA 부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뮬러 국장이 3월 22일 코츠 국장과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WP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츠 국장과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에게 FBI의 러시아 수사 초점을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떼어낼 수 있는지 물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 관리들이 행정부의 '기밀유지 특권'을 내세워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워터게이트 수사 당시 대법원은 형사 기소와 관련해서는 이 특권을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CNN에 따르면 NSA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특검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만 밝히고 추가적인 답변은 삼갔다.

특검의 수사가 대통령의 수사 개입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결정에는 지난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의 폭탄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했으며 자신이 갑자기 해임된 이유도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방식이 마음이 들지 않아서였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담은 메모를 뮬러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계속해서 러시아 유착설을 완강하게 부인해왔다. 그렇지만 5월 코미 전 국장의 해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코미 국장의 해임 배경을 둘러싸고 백악관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논란에 대한 수사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관련(Russia thing)”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코미 전 국장의 주장이 완전히 거짓말이라면서 대치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연루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뮬러 특검이 대통령의 사법방해 여부를 조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와의 유착 관계를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WP는 특검의 대통령 사법방해 조사는 러시아 게이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죄가 인정될 경우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대통령 탄핵 논의에 불이 붙을 수 있다.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지만 의회는 범죄 증거를 조사해 탄핵 여부를 결정할 책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