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트럼프, 러시아 수사 외압 사실"..트럼프 탄핵열차 태우나

2017-06-08 12:51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8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의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하루 전 공개된 코미의 서면 증언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충성을 맹세했다는 내용을 톱뉴스로 내세우면서 “폭탄선언” “충격” “치명타” 등의 표현으로 이번 사태가 불러올 파장의 크기를 시사했다.

◆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종용·충성 맹세”

영국 일간 가디언이 공개한 코미 국장의 이번 7페이지짜리 서면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날짜별로 어떤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는지 따옴표를 써서 구체적으로 담았고 그에 대해 자신이 뭐라고 대답했고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소상히 밝혔다. 

이번 서면 증언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수사 외압의 경우 탄핵 사유 중 하나인 사법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미는 서면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자신과 둘이 있을 때 “나는 당신이 이 일에서 손을 떼고 플린을 놓아주길 바란다. 당신이 이 일에서 손을 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때 코미는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만 답했다”고 적으면서 “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이해됐지만 수사 개입은 “무척 우려스러웠다”고 적었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1월 27일 만찬에서 대통령과 둘이 있게 됐을 때 대통령이 자신에게 FBI 국장으로 계속 있고 싶은지 물었고 자신은 이 일이 좋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네 차례나 “충성심을 바란다”고 말하면서 충성을 강조했다. 코미는 FBI가 백악관과 법무부로부터 독립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화제를 충성 맹세로 가져갔다. 코미는 “늘 정직할 것”이라고 말했고 대통령은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 정직한 충성”이라고 말했다. 결국 충성으로만 흐르는 대화를 끊기 위해 코미는 “내게 그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 코미의 증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의 자리를 인질 삼아 충성을 요구한 것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그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3월 30일 코미 국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 스캔들을 “구름”에 비유하면서 “구름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해 수사 중단을 은근히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의 서면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아무 관계도 없다. 러시아 매춘부와 연관된 것도 없다. 러시아에 있었던 내용은 기록됐을 게 확실하다”면서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4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와 마지막 대화에서 자신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중에 알려줄 것을 부탁했고, 코미는 그것은 법무부가 할 일이라고 답하며 거절했다. 그 후 약 한달 뒤인 5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코미 국장은 당시 LA의 FBI 지사에서 연설하던 중 스크린에 뜬 뉴스 기사를 통해 해임 소식을 접하는 굴욕을 맛보아야 했다.

◆ 트럼프 겉으로는 담담

이번 서면 증언의 내용은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나 뉴욕타임즈(NYT) 등이 제기한 의혹의 내용들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육성 증언에서도 코미 국장이 기밀 누설을 막기 위해 이미 밝혀진 내용을 전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미칠 파장은 다를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도 ‘마녀 사냥’ ‘가짜 뉴스’ 등이라며 전면 반박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셈이므로 코미의 육성 증언까지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의 진실 공방은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의 증언에 트위터 계정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의 서면 증언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정책 행보를 이어가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의 변호사인 마크 마소위츠 변호사만이 7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 대상이 아니었음”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에 기뻐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스캔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롭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시내티를 방문해 인프라 재건에 공적 자금 2000억 달러(약 225조원)를 포함해 1조 달러(약 11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렇지만 코미 증언에 쏠린 대중의 관심을 찾아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코미 국장을 대신할 새로운 FBI 수장으로 크리스토퍼 레이 전 법무부 차관보를 지명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의 증언을 앞두고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면서 ‘물타기용 인사’라고 비판했다.

◆ 사법방해는 탄핵 사유 

만약 코미 국장의 증언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사법방해에 해당할 경우 의회는 관심은 러시아 유착설에서 법적인 문제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 WP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니얼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자신의 최측근을 겨냥한 FBI 수사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터라 이번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사법방해 여부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법방해 혐의에 무게가 실릴 경우 하원 법사위에서 탄핵 절차와 관련된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민주당 내에서도 트럼프 탄핵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의원들은 탄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지만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의원은 섣부른 탄핵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펠로시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모든 것은 사실과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탄핵 문제를 거듭 묻자 그는 "숨을 깊게 쉬고 진정합시다. 탄핵은 장난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