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신춘문예 당선자 탐방기] 독립운동가‧후손들의 아픈 흔적 지워드려야
2023-08-28 00:00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박선희
상해 푸단대학 유학생들과 함께한 시간, 떠났던 기억 파편처럼 흩어져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살면서 놓쳐버린 시간, 등 뒤에 두고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역사. 마음에 가득 채워 보았다.
한민회 최용학 회장님의 유년시절 김구 선생님과의 만남 고사리 손으로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고, 상해포럼에서 애국가를 부르실 때는 코끝이 찡긋해졌다. 꽃피고 새울고 다시 태양이 뜨는 동안 시대를 증언해 가는 박환 교수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교수님의 설명으로 수 많은 일화와 무수한 궁금증이 실타래처럼 풀려나갔다. 조국의 독립을 향한 마음 하나로 걸었던 길, 실낱같은 붉은 햇살만으로도 다시 피어났던 독립의지, 숭고한 희생이 인장처럼 박혀있다.
거친 호흡 한숨 쉬어 가며 상해가 품은 고독한 자유의 물결에 흠뻑 취해본다. 생의 빛나는 부분을 이미 놓쳐버렸거나 먼거리에 있어 닿을 수 없는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상해여정을 발아래 채우고 걷는 길, 기록의 도시에는 어떤 순간이든 불러 낼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시간이 찾아와 옮겨 적으라고 말하는 듯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세운 벽을 허물고 진심을 담아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에게 따뜻함을 품어 아픈 흔적을 지워드려야 할 것이다.
나는 시인이다. 시가 주는 감동을 통해 간결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나라사랑의 마음을 강렬히 전달하는 작업들을 해 나갈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몇광년 뛰어온 햇빛 같은 마음을 같이 싣고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