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에 멀쩡한 빨간 지붕집…금속지붕과 조경이 방화벽 기능
2023-08-23 14:38
집 주변 초목 제거 등으로 화재 확산 막아
사상 최악의 산불로 모든 것이 타버린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에서 살아남은 빨간 지붕집이 주목받고 있다. 주변 모든 주택이 잿더미가 됐지만 해당 주택만 고스란히 형체를 보존하고 있어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스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 빨간 지붕집은 지어진 지 100년에 가까운 구옥 목조 건물이다. 해당 주택은 풍경화가 트립 밀리킨과 도라 애트워터 밀리킨 부부의 소유다. 이들 부부는 메사추세츠를 여행하던 중 화재 소식을 들었고 집이 화재를 피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집이 타지 않고 보존된 사진을 받고 깜짝 놀랐다. 부부는 "100% 목조 건물로 방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LA 타임스에 전했다. 심지어 주변 집들과 같은 종류의 나무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화재가 가옥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분석한다. 하와이 라하이나 지역의 화재는 강풍을 타고 불씨가 흩날렸고 이는 화재가 빠르게 번지는 원인이 됐다. 미국 화재 예방 협회는 이 같은 강풍을 동반한 산불의 경우, 집 근처의 가연성 식물을 없애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집 주변 5피트 이내에 구조물에 자갈이나 석판을 사용한다면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빨간 지붕집이 화재를 피했지만, 집주인 밀리킨 부부의 감정은 안도감보다 죄책감이 크다. 부부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숨졌고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눈물을 흘렸고 여전히 죄책감을 느낀다. 이 집은 모두의 거처로 사용될 것이고, 함께 이곳을 재건하자"고 전했다.
한편, 이번 하와이 화재로 인해 이날 기준 최소 114명이 사망하고 850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를 고려하면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