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삼성, 첫 한국 언팩 개최···애플에 빠진 MZ세대에 폴더블폰 정면승부

2023-08-20 13:38

요즘 언박싱과 함께 많이 활용되는 언팩(unpack)은 '꺼내다, 풀다' 등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최근에는 '풀다' 등의 의미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확장됐다. 특히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행사 때문에 유독 많이 활용되는 단어다.

갤럭시 언팩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는 행사로, 삼성전자가 개최하는 이벤트 중 가장 규모가 크다. 2010년 갤럭시S 시리즈가 세상에 나온 이후 13년 동안 언팩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됐다.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불가능했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은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부터 해외 출장이 크게 자유로워지면서 갤럭시 언팩이 기존처럼 해외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를 뒤엎고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진행됐다. 삼성전자가 사상 첫 한국 언팩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뚜렷이 외부에 밝히지 않으면서, 전자업계 안팎에서는 언팩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여러 추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장 먼저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308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28조2185억원 대비 95.36%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비용을 최소화하는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택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한국 언팩을 진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국 전통 고유 문화를 담아 진행된 첫 한국 언팩의 세부적인 면면을 보면 비용 절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제품 전시 체험존을 한국의 '한옥'을 주제로 꾸미고, 전통 한지를 적극 활용하는 등 오히려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울러 해외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언팩의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때문에 비용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한국 언팩을 개최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언팩의 주역이 'Z플립5'였다는 점을 감안해 폴더블폰이 국내에서는 성공했으나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해 한국 언팩이 필요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폴더블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미래 고객인 MZ세대가 갤럭시보다 애플폰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갤럽이 스마트폰 사용자 9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경우 아이폰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65%가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삼성 갤럭시는 32%, LG전자는 1%로 집계됐다.

20대의 아이폰 선호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조사에서는 20대의 44%가 애플을 사용한다고 답했으나 2021년과 2022년에는 52%, 올해는 65%로 급증했다.

국내 10~20대의 높은 아이폰 선호도는 삼성전자에게 고민일 수밖에 없다. 18~29세의 59%는 향후에도 아이폰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만큼 장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할 미래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고민을 해결해줄 제품은 Z플립 시리즈로 꼽힌다. 갤럭시Z플립은 새로운 폼팩터와 세련된 디자인, 차별화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젊은 층에 큰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경쟁사인 애플이 폴더블폰을 제조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결국 폴더블폰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진다면 삼성전자의 제품을 가장 먼저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하지만 폴더블폰은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국내를 제외하고는 선호도가 낮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의 비중은 1%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환경에서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의 시장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폴더블폰을 통해 아이폰을 선호하는 10~20대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갈수록 격렬해지는 스마트폰 판매 경쟁 속에서 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단행하는 노력은 눈에 띈다. 이 같은 노력이 새로운 돌파구로 연결되길 기대해본다.
 
윤동 산업부 차장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