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아파트' 오명 벗은 토지임대부 주택...2030이 몰린다

2023-07-18 11:12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월31일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시공 현장에서 열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3단지' 착공식에서 시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청년층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내에서도 좋은 입지인 데다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호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사기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 자산 증식보다 안정적인 주거를 원하는 심리가 확대된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진행한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2차 사전 청약 모집에 1만779개의 청약 통장이 모이며 평균 경쟁률 18대 1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은 13대 1, 일반공급은 34대 1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월 진행된 1차 사전 청약에서도 전용 59㎡ 500가구 모집(특공 400가구, 일반 100가구)에 약 2만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40대 1로 마감했다. 1차·2차 사전 청약 모두 미달 없이 완판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토지임대부 주택 흥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저렴한 공급가격을 꼽았다. 작년부터 집값이 내려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가구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은 10.8로 조사됐다. 중위소득을 받는 근로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수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를 공공이 소유한 상태에서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으로, 수분양자는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갖는 만큼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집을 소유할 수 있어 '반값아파트'로 불린다. 공공 소유의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된다.

서진형 공정주택 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산 증식보다는 내 집 마련을 통한 안정적인 주거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입지 경쟁력이 있는 곳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집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현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에게 인기를 끈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지만 한 번 분양 받으면 반영구적인 거주가 가능하다.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을 맺으면 40년이 연장돼 최장 8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토지임대부 주택이 장기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토지 임대료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분양가에 토지 가격이 포함되지 않아 입주자가 공공에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임대료가 본청약 시점에 더 오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에 공급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임대료가 당초 예상보다 높게 책정돼 '40만원 월셋집'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의무거주 기간이 10년인 데다 향후 주택을 처분할 때 시세차익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현행법상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 환매 조건이 붙는다. 소유주는 이사 갈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집을 매각해야 한다. 이때 분양가에 물가상승률·정기예금 이자율을 붙인 가격으로만 팔 수 있다. 주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세차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이 성공하려면 자산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국회에는 우선 환매 기관을 현재 LH에서 SH공사 등 공공주택 사업자로 확대하고, 이름을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에서 건물 분양 주택으로 바꾸는 내용과 10년 이하 범위에서 전매를 제한하고, 전매제한이 풀린 뒤에는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는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황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주거 뿐 아니라 자산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산 가치를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해당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