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협상 숨통 막힐라…의협 집행부 '강경 비대위' 전환 기로

2023-07-16 16:57
의사회선 현 사태 야기 집행부 해체 성명
23일 임시대총 해임안·비대위 구성 표결
가결땐 강경 반대 입장 비대위에 협상권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14개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14보건복지의료연대 주최로 열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와 의사 단체의 소통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이필수 의협회장과 임원진 해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강경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여 의협과 정부가 올해 초부터 운영해 온 '의료현안협의체'도 난항이 예상된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오는 23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이 회장을 비롯해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상운 부회장 등의 불신임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집행부를 대체할 비대위 구성안도 같은 날 표결한다.

의협 회원들이 지도부 교체에 나선 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현 의협 집행부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보건복지부에 의사들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그동안 의사 사회 내부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의사 수를 늘리기 전에 이미 활동 중인 의사를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곳에 재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복지부는 오는 2025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의논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각 시·도 의사회를 중심으로 복지부의 결정을 저지하지 못한 이 회장과 임원들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 회장은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의대 증원 정책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다.

이번 임시대의원총회 표결로 향후 정부와의 소통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복지부와 의협은 올해 1월부터 열두 차례 걸쳐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비대위 구성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이 경우, 이 회장 및 임원은 교육 및 사무 등 일상적인 임무만 수행하게 되며 정부와 의료 현안에 대한 협상권은 모두 비대위에 넘어간다.

비대위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사회는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의협은 현 상황을 초래한 협상팀을 즉각 해체하고, 비대위를 구성해 의대 증원을 막고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한 투쟁에 나서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출석한 회의에서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비대위 구성은 이보다 기준이 낮아 재적 대의원 절반이 참석한 가운데 절반이 동의하면 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