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소위, 재정준칙 법안 통과 불발…野 "정부 노력 선행돼야"

2023-06-28 22:00
6월 임시국회서 입법 무산…與 류성걸 "추가 논의 필요한 상황"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 부채를 일정 비율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사실상 상반기 국회에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상반기 입법이 불발돼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전날 늦은 오후까지 재정준칙 도입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일부 의원들이 기존에 논의한 수치 준칙이 아닌 지출 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관련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는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이 재정 건전성 악화를 불러왔다는 주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전 지출 재구조화 등 정부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여서다.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법제화가 4개월째 관련 상임위에서 표류하면서, 나라 살림의 적자 비율을 관리하는 시기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기재위에서 여야가 논의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재정준칙의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넘기면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재정준칩 도입안을 연계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상황도 재정준칙 도입 불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전날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아직 (재정준칙이) 안 만들어졌는데도 (추경을) 안 하는데 '경제가 어려울 때는 추경을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만든다고 해서 그때는 하겠나"라고 했다.

다만 경제소위 위원장이자 기재위 야당 간사인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전날 소위를 마친 뒤 "재정준칙과 추경을 같이 묶어서 처리하자는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은 "재정준칙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를 상당히 이뤄가는 과정"이라며 "(정부의) 실질적 재정 건전화 노력이 전제되면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의미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도입을 재차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또 말씀드린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 취약계층 보호,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경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서울 관악구의 한 시장을 찾아 "경제적 지원을 위한 추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기재위는 오는 7월 5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기재소위를 다시 열어 논의를 재차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