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의 경고] "부동산대출 연체와 가계부채 증가 유의해야"

2023-06-13 04:00
이창용 한은 총재, 12일 제73주년 한은 창립 기념식서 리스크 언급
"물가·성장 상충 속 중앙은행 능력 드러날 것…2금융권도 관리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3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대출 연체율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은의 정책 대응 범위를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제2금융권에 대한 관리 감독 필요성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최근 주택시장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대출 연체율 상승 등 금융부문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는 금융불균형이 증가하지 않도록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한은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시장 거품론, 대출 부실 리스크 전이 가능성과 맥이 닿아있다. 한은은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돼 고평가돼 있고 가계부채 비율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재차 증가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물가 중심의 통화긴축에 골몰해 왔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각국별로 물가 오름세와 경기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물가 상승 기조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기 상황도 녹록하지 않아 금리 인상을 둘러싼 고민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는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트레이드 오프)에 따른 정교한 정책대응이 중요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 총재는 이밖에도 은행에 치우쳐 있는 현재의 한은 정책과 관리감독 권한에 대해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근 금융부문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신용위기를 거론한 바 있는 한은은 비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RP(환매조건부채권) 대상기관을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 논의를 예고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주된 정책대상은 은행이었으나 비은행의 수신 비중이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은행과의 자금거래 확대로 은행 및 비은행 간 상호연계성도 증대됐다"면서 "은행만을 대상으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고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만큼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