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 히로시마 vs 후쿠시마

2023-05-21 15:07

이재훈 디지털미디어부 편집장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원폭으로 희생된 한국인을 참배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며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게 된 것은 최초인데, 한국 대통령이 이분들을 찾아 참배한 것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의 용기와 결단이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한·일 정상이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를 방문해 공동 참배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기시다 총리는 “(참배가) 한·일 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관계의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수장의 훈훈한 모습에도 국내에선 여전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여야와 국민이 반쪽으로 갈라졌다.

유국희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21일 일본으로 출국하며 “국민이 우려하는 수준을 넘은 제대로 된 검증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대다수 국민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방사성물질 해양수산물 오염 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은 5박 6일의 일정으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전반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할 예정이다.

시찰단 유국희 단장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시찰단의 역할”이라며 “현장에서 과학적 접근으로 상세하게 시찰하고, 추가 확인해야 할 부분들을 국민께 설명한다면 신뢰를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G7 정상회의 만찬에는 후쿠시마산 사케 등이 올랐다.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만찬에 후쿠시마 등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의 술과 음식이 제공된 것.

만찬 메뉴는 행사가 열리는 히로시마산 음식이 주를 이뤘지만 후쿠시마현에 있는 사케 회사 마쓰자키 슈조가 제조한 사케와 이와태현산 치즈케이크, 미야기현산 딸기 젤라토와 녹차 등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의 술과 음식도 나왔다.

만찬에는 G7 의장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8개 초청국 정상, 유엔 등 국제기구 수장과 그들의 배우자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당시 사케를 얼마나 마셨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를 앞두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때도 선수촌 식당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한 전례가 있다. 당시 한국 올림픽 선수단은 자체 급식지원센터를 통해 후쿠시마현과 인근 8개 현을 제외한 지역의 식자재만 구매해 도시락을 제공했었다.

민주당 등 윤 정부의 대일 외교,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 행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등은 벌써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할 한국 정부 시찰단의 출국을 두고 “무엇을 검증할 수 있을지 국민적 의구심이 크다”며 “국민들은 시찰단의 ‘빈손 귀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은 “오염수 시료 채취도 할 수 없고 민간 전문가도 배제된 ‘견학’ 수준의 시찰단이 과연 무엇을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과 히로시마 원폭 피해 한인 추모,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의 행보가 ‘빈손 귀국’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결국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