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의 정치학] '코인 논란' 김남국, 돌연 탈당..."당은 왜 있나" 지도부 책임론만 가열

2023-05-15 00:01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을 빚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전격 탈당을 선언하면서 탈당을 둘러싼 정치학적 셈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으로선 '당에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선당후사를 했다는 입장이나, 그의 탈당이 민주당의 도덕성에 난 흠집마저 지우긴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윤리 감찰 대상이 된 당사자가 탈당을 선택하면서 그동안 추진됐던 당의 '자체 조사'마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 안팎에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전에 김 의원의 탈당을 막고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져야 했지만, 개인의 결정이라며 방관한 만큼 '지도부 책임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에만 미안" 김남국에 與 "꼬리 자르기 탈당" 맹비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며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이 '자진 탈당'을 선언하자 국민의힘은 "꼬리 자르기"라며 맹비난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또다시 꼬리 자르기 탈당"이라며 "송영길 전 대표·윤관석·이성만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이쯤 되면 민주당은 탈당이 면죄부 받는 '만능치트키'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알면 매번 이런 식의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김남국 의원 코인 진상조사단 첫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탈당 시점' 놓고 당내 의견 분분...비명계 "자정 능력 없어" 비판
민주당 내에서도 탈당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잠시' 민주당을 떠나 있겠다니, 누구 마음대로 들락날락하겠다는 건가"라며 "김 의원은 탈당할 게 아니라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은 가뜩이나 어둡던 민주당을 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빠트렸다"며 "이를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다. 서둘러 코인 논란 진상을 밝힌 후 합당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인해 윤관석, 이성만이 지난 4일 탈당한 후에도 당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지금까지 당이 나서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모두 스스로 탈당하거나 그냥 묻어가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김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탈당은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심"이라며 "본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만약 김 의원이 정말 억울하고, 이후 모든 것이 소명된 후에 복당한다고 해도 1년 내 복당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며 "민주당 탈당은 국민의힘의 경우와 완전히 다르다. 시스템 공천에 따라 (탈당) 후 복당 시 감산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탈당은 개인 의사, 말릴 수 없어"...결국 고개 숙인 이재명
당 지도부는 현재 상황에서 김 의원 탈당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철저히 개인 의사라고 항변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김 의원의 탈당을 막을 수는 없다"며 "(탈당 결정은) 개인의 자유 의사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탈당한 사람이라도 조사를 통해 발견된 사유가 있으면 향후 복당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달아 진행하는 이른바 '쇄신 의총'을 열고 당내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 모색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선출직 공직자로서 책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하고 국민께 실망을 드린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이른바 '민주당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이 최근 벌어진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차원에서 탈당한 것 같다"며 "안 그래도 어려운 민생 고통에서 신음하는 국민께 민주당 소속 의원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여러 측면에서 위기고 국민의 삶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며 "민주당 역시 국정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런 문제로 국민께서 심려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