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외인 중국 ETF '같이 팔자'…신흥국으로 향하는 글로벌
2023-05-07 16:50
최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 시장을 떠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100% 이상 수익률을 내며 상위권에 포진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후순위로 밀려났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계속되는 이상 해당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기준 중국 증시 우량주 벤치마크지수인 CSI300을 추종하는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 ETF에서 240억원이 빠져나가며 순매도세(-20억원)로 전환됐다. 해당 상품은 순자산(AUM)이 2조1200억원 이상으로 국내 중국 관련 ETF 중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이다. 이어 중국 빅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 ETF에서도 개인투자자 자금(약 85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날 기준 중국 관련 ETF 상품은 총 31개로 집계됐으며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를 통해 약 2조590억원이 빠져나갔다.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로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월까지 30개 상품에서 개인투자자 자금이 총 1조850억원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글로벌 투자자의 '탈중국' 현상으로 관련 ETF 상품은 연초 대비 수익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수익률 1위를 달리던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연초 이후 –17.59%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지난 1월 5일 종가 기준 3개월 누적 수익률 107.90%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중국 관련 ETF 상품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첫째 주까지 누적 수익률 2위를 기록했던 KODEX 차이나H레버리지(72.60%)도 연초 이후 기준으로 보면 마이너스(–5.31%) 수익률로 바뀌었다. 올해 초 1위부터 8위까지 다수 중국 관련 ETF 상품이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중국 '커촹반(중국판 나스닥)'과 중국 반도체 상품만 10% 초중반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관련 ETF 상품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 ETF는 누적 수익률 17.89%를 달성하며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ACE 인도네시아MSCI(합성) 상품과 KOSEF 인도Nifty50(합성)도 각각 8.88%, 6.74% 수익률을 올렸다. 기존에 중국 증시에 들어갔던 자금이 인도와 인니 등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가며 수익률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지속되는 이상 중국 시장에 제약이 계속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제약이 심화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탈중국 중심 니어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즉,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 흐름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투자가 이어지게 하는 등 신흥국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