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석유화학업계, 中 순수출국 전환에 '울상'···조선업계엔 호재

2023-04-17 05:55

공급과잉으로 인한 석유화학업계 업황 부진이 조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하면서 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발주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새로운 판로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1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역내 석유화학 제품 증설 증가율은 6.7%에 달할 전망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아시아 석유화학 제품 증설률은 연평균 6%대를 유지해왔다. 특히 에틸렌 증설에서 아시아 비중은 2020년 이전 30% 수준에서 지난 4년간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설은 주로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중국 유기화학물과 플라스틱 원료 두 품목에 대한 무역수지 규모는 2020년 2320억 위안(약 44조원) 순수입에서 2020년 90억 위원 순수출로 전환됐으며 지난해에는 790억 위안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한국 석유화학 제품 수출 비중은 45% 수준에서 지난해 38%까지 줄었다. 올해는 이 비중이 36%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시황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업계 올해 실적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에프엔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79.73% 감소한 334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은 전년 동기 대비 38.05% 감소한 6346억원으로, 금호석유화학은 74.95% 감소한 11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대규모로 증설된 NCC와 우상향하고 있는 대한민국 석유퐈학 제품의 중국 수출 비중을 확인해 보면 중국 수입 규모는 평년보다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며 “중국이 아닌 인도와 동남아 등 지역 다변화와 원료 다변화를 이루고 있는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실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업계 공급과잉은 조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수요는 견조한 가운데,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증가하면서 이를 운반한 선박 발주가 늘어난 것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PC선 발주량은 37척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주량은 72척 대비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45.7%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PC선 발주량 증가는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특히 올해까지 지속되는 아시아 석유화학 제품 증설로 2026년에는 PC선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관련 발주량은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이후 PC선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발주량은 더욱 늘 것”이라며 “국내 조선사의 수주 여력은 중국보다 뒤질 수 있지만 가격만 잘 방어해 낸다면 수주량 확대와 이익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PC선 [사진=현대미포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