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 글로벌 경쟁력 '글쎄'···"유행만 따라가는 수준"

2023-03-16 08:58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 전시장은 개막 첫날부터 인파들로 북적였다.

국내외 참관객만 4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최 측 전망을 실감 나게 했다. 참가 업체도 작년 197개에서 올해 477개로,·부스도 664개에서 1400개로 늘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이목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내놓은 배터리 양극재와 폼팩터(모양)로 모아졌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가 각각 그 주인공이다.

각 사는 글로벌 배터리 트렌드에 맞는 회사의 성장동력을 힘껏 자랑했지만 인터배터리 개최를 앞두고 전시회 참가를 최종 철회한 중국 CATL을 넘어서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인터배터리 2023에 전시된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왼쪽)와 SK온의 LFP배터리 시제품 [사진=김혜란 기자]

전시회 주인공인 LFP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는 모두 1990년대에 등장한 구식 기술이다. 에너지 밀도와 부피, 무게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파우치형·각형 배터리를 제치고 이들이 주인공이 된 이유는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공급망 현황이 배경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는 전기차 시장 판도를 뒤집었다. 더 쉬운 자재 조달과 더 값싼 전기차를 위해 완성차 업계는 단일 기업의 특허에 의존해야 하는 고가의 파우치형·각형 배터리보다 가성비 좋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배터리를 찾기 시작했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원통형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50%에 달했으며 2031년까지 연평균 10.2% 성장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애널리틱스 마켓 리서치(Analytics Market Research)는 원통형 배터리의 연평균 성장률을 2027년까지 19.2%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배터리 시장 전체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인 7.4%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LFP 배터리 성장률도 무시할 수 없다. 2021년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17%에 그치면서 33%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뒤졌으나 같은 해 테슬라가 모든 전기차 배터리를 LFP 배터리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친환경적인 무역 기조하에서 채굴 시 환경오염,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코발트가 빠진 LFP 배터리는 환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선보인 LFP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기초 기술에 불과하고 SK온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시제품 단계에 그쳤다. 반면 CATL은 지난해 8월 알루미늄을 추가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개량형 LFP를 공개했다. 이 모델의 에너지 밀도는 1㎏당 230Wh(와트시)로 NCM(1㎏당 250Wh)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원통형 배터리에서도 K배터리는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름 46㎜, 길이 80㎜ 크기를 뜻하는 4680은 테슬라가 설계해 협력사와 양산한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렸다.

삼성SDI가 이날 내놓은 원통형 배터리는 21700(지름 21㎜·높이 70㎜) 배터리는 4680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4680은 21700에 비해 킬로와트시(㎾h)당 가격이 14% 저렴하며 에너지를 5배 많이 저장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해 테슬라에 시제품을 보냈지만 현재까지 의미 있는 수주 성과는 내지 못한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LFP와 원통형 배터리를 선보이며 구색은 갖췄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만한 대안을 내놓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날 인터배터리에 참석한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중국보다 싸든가, 품질이 더 좋든가 해야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저 유행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며 “최소한 혁신적인 가격 인하 방안이라도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배터리 2023에 전시된 삼성SDI의 21700 원통형 배터리 [사진=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