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 배터리, 대외 변수 속 다각화 전략 펼칠 때

2024-11-14 06:00

[사진=김정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배터리 업계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국내 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트럼프의 주요 공약으로는 △전기차 의무화 폐지 △화석연료 생산 확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 △대중국 고관세 부과 등이 있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새로운 리스크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의 세액 공제를 활용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 거점을 확대해왔지만, IRA가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면 제조 비용 상승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전기차 의무화 폐지와 화석연료 생산 확대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어져 배터리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 생산 축소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워진다면, 생산 단가 상승과 가격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만약 대중국 고관세 정책이 계속된다면,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0.8%로 전년 대비 하락한 반면, 중국 CATL은 36.7%로 1위를 유지하고, BYD는 16.4%까지 점유율을 확대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다각화 전략이 절실하다. 특히 유럽 시장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은 최근 대중국 무역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2025년부터 승용차와 경상용차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각각 19%, 17% 감축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승용차 탄소 배출량을 93.6g/㎞, 경상용차는 153.9g/㎞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한다. 이는 전기차 수요 증가와 맞물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시장 출하량 확대에 유리한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을 포함한 다변화된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유럽의 탄소 배출 규제와 전기차 확산 정책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기술력 차별화와 현지 생산 확대, 유럽 내 파트너십 강화 등의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