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대책 없는 '탁상행정'에 한서린 韓 증시

2024-11-12 10:48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 폭락'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들어본 단어다. 전 세계가 주요 경제 동향을 따라 투자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장을 연출해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미끄러지기 일쑤다. 이에 금융당국은 매번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결과는 시원찮다.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대표적인 조치가 공매도 전면 금지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제한해 증시 하락을 막겠다는 당국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시장의 유동성을 제한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더해 당국은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기업들을 선별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국 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한국 증시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은 단순히 가격에만 기인한 문제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국내 증시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전 세계 주요 시장이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옵션들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불투명성과 낮은 배당률을 지적하며 투자 대상을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아시아 지역이나 미국, 유럽 등으로 변경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당국이 내세운 또 하나의 대책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불법 공매도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투자은행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상황을 방지하고, 국내 시장의 하락 압력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이마저도 수법이 진화하며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사후 약방문'에 그친다.
 
이 같은 국내 증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내세우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조치는 일시적인 안정감을 주는데 불과하다. 단기적인 변동성만을 관리하려는 정책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실적과 가치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확실하게 약속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울러 시장을 왜곡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우리나라 증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증시가 매력 없는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책 결정자들은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