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퍼시스그룹 시디즈, '정찰제' 도입…"사실상 가격 인상"

2023-03-07 18:00
시디즈, 7월부터 가격 정찰제 실시…판매처별 가격 동일
시디즈 "투명성 제고 차원"…소비자 구매가는 올라 '피해'

시디즈 플래그십 스토어 논현 전경 [사진=시디즈]

퍼시스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의자 1위 브랜드 시디즈가 가격 정찰제를 도입한다. 시디즈 측은 정찰제를 통해 가격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실상 판매 가격이 오르는 셈이라 소비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7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시디즈는 오는 4월부터 가격을 조정하고 7월부터는 정찰제를 도입한다. 기존에는 대리점과 직영몰, 각종 온라인몰 등 판매처마다 소비자가격이 제각각이었다. 이를 정가제로 바꾸면서 모든 판매처의 소비자가격이 동일하게 변경된다.

이번 정가제 도입으로 시디즈 전 제품 가격이 조정된다. 제품별로 가격 변동 폭은 상이하다. 다만 소비자가격은 기존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시디즈 측은 설명했다.
 
시디즈 관계자는 “여러 판매 채널에 대한 제품 가격 수준을 검토해 소비자 정가를 책정했다”며 “전 제품 정가가 조정되면서 소비자가격은 기존 대비 낮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구매가는 되레 오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판매처마다 경쟁적으로 적용했던 할인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간 할인가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은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예컨대 권장 소비자가격이 20만원인 의자가 그동안 시중에서 15만~17만원에 팔렸다면 앞으로는 정가를 고정해 할인 없이 18만원에 판매하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의자를 구매하게 되는 가격은 15만~17만원에서 18만원으로 인상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대리점주가 마진을 포기하고 임의로 5~10% 정도 할인 판매하는 사례가 많다”며 “정찰제 도입 시 이런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시디즈 대리점에서는 할인 혜택을 속속 없애는 추세다. 한 대리점주는 “그동안 온라인 최저가에 맞춰 제품을 판매해 왔는데 본사 정책 변경으로 더 이상 이 같은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며 “사실상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디즈의 정찰제 도입에 사실상 가격 인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 등으로 가격 인상 동인이 충분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동참 압박에 못 이겨 정찰제라는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디즈는 본사가 대리점에 도매로 팔고 대리점이 소비자에게 소매로 파는 방식”이라며 “정찰제를 도입하면 애초부터 대리점이 소매로 팔고 본사에 수수료를 주는 형태로 가격 정책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