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명목' 환자에 청소시킨 병원…법원 "치료 받을 권리 침해"

2023-02-27 08:26

[사진=연합뉴스]


병원이 재활 훈련 명목으로 환자에게 청소 등 일을 시키는 것은 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병원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한노동부과행위중단권고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0년 5월 알코올 의존증 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A병원에 입원한 환자 B씨는 병원의 부당한 격리와 강박, 청소, 강제 주사투여,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 제한으로 인권침해를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부당한 격리와 강제 주사투여에 대한 진정은 기각하면서도 "병원 운영을 위한 청소, 배식, 세탁 등 노동을 환자에게 부과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병원 측은 노동 부과는 환자의 재활 치료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인권위 손을 들어줬다. 환자에게 청소 업무 등을 부과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 존엄의 가치와 행복추구권에서 비롯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정신과 의사가 작업 방법 등에 관해 특정한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각 환자에게 작업치료를 처방한 이유, 작업치료의 프로그램 내용, 의사의 지시와 확인 여부 등도 진료기록부에 기재돼 있지 않다"며 "치료 목적이 아닌 병원의 일방적 필요에 따라 환자들에게 일을 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