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법 유죄인데 법원은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무죄

2023-02-08 15:51

곽상도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아들 퇴직금과 성과금 명목으로 50억원 상당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핵심 관련자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50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해 마찬가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에게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아들 곽병채씨가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보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에 대한 대가로 건넨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만 아들 곽병채가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같다고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께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변호사 업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아닌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이 당시 선거운동 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으로 보이고 돈을 교부받은 시점이 통상적인 변호사 비용 지급 시기로 보기에는 부족해 명목상 변호사 비용으로 했을 뿐 남 변호사가 정치자금으로 기부하고 곽 전 의원이 이를 수수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은 남 변호사에게서 받은 5000만원이 정치자금이 아닌 변호사 보수라고 주장하지만 법률 상담에 따른 대가로는 지나치게 과다해 정당한 변호사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며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로서 기부금을 한도액까지 받은 상태에서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현금을 받았고 수수한 금액이 적지 않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이 끝난 후 곽 전 의원은 아들 곽병채씨가 퇴직금 등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당시 얘기를 듣지 못해 몰랐고 이에 대해서는 자신과 무관하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또 남 변호사에게 받은 5000만원이 변호사 보수였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주장하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계속 다툴 예정이라고 했다. 

곽 전 의원은 "재판부가 법률 상담에 따른 대가로 보기에는 금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했는데 당사자들이 적정한 금액을 정해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호사 보수 금액이 적정한지 적정하지 않은지를 앞으로 전부 판사나 검사가 정할 거냐"고 반문했다.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들 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그분들하고 김만배씨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에게 일부 무죄가 선고되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원주민, 서민들 피눈물로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원에 대해 우리 사법부가 정말로 '적법하게 받은 돈'이라고 판결한 것이냐"며 "법원 판결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