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어도 된다는데 책임소재 대응 매뉴얼은 부재...교사들 '우려'

2023-01-29 14:10
감염우려 민원 대응에 감염 늘면 업무증가·학습격차까지
교총 "재량은 혼란·갈등·부당민원 초래...명확한 지침 줘야

30일부터 약 3년 만에 교실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 우려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부산 남구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마스크를 손에 쥔 채 하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부터 방역 당국과 교육부 지침에 따라 약 3년 만에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학교 현장에선 교사들 사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최모씨는 교육부 지침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스크가 의무였을 때도 ‘몇 반에 누가 마스크를 안 썼다’ ‘선생님이 제재하지 않는다’ 등 학부모·학생 민원으로 갈등이 있었다”며 “현재 지침은 의무·자율적 권고로만 구성돼 이후 예상되는 갈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감염에 대한 책임도 교사들에겐 부담이다. 최씨는 “의무가 해제되면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인데,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학교가 져야 하기에 교사와 학교로서는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최씨가 지적한 대로 지난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세부 지침엔 향후 예상되는 의견 충돌과 책임 소재에 대한 대응·대처는 담기지 않았다. 지침에는 방역 당국 기준에 맞춰 학교·학원 단체 버스를 이용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내용과 합창 수업·실내체육관 응원석 등 사례별로 적극 착용을 권고하는 기준만 담겼다.
 
경기 가평군 소재 고교 교사 김모씨(28)도 걱정은 매한가지다. 전교생이 150명으로 비교적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그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할 계획이다. 김씨는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간 격리되면 다른 과목 선생님이 수업 시간을 맡고 그 다음주에 밀린 수업을 진행해 수업이 2배로 늘어난다”며 감염에 따른 업무 증가를 우려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방에 있는 분교 특성상 할아버지 할머니 등 고령자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은 계속 쓰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재유행에 따른 학습 격차도 김씨는 고민했다. 김씨는 "확진된 학생은 수업자료를 제공해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하는데 상당수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학교에 계속 나온 학생과 차이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재량이나 자율에 기대지 않는 명확한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새 지침이 모호하거나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떠넘기기식이면 혼란과 갈등, 부당한 민원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학교마다 다르게 대처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따른 혼란과 위험을 단위 학교와 교사들에게 전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교육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인한 일시적 감염자 증가는 방역 당국과 공유하고 있는 예상”이라면서도 자율적 착용 권고는 “나를 보호한다는 의미보다 감염에 취약한 타인을 보호하려는 의미로, 당장 마스크를 벗겠다는 학생 비율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현장에서 우려하는 바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