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 단위 피해 확산에 결단…'경제 볼모' 잡은 화물연대와 "타협없다"
2022-12-08 16:58
당초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추가 업무개시명령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산업계 피해상황을 좀 더 점검하고 업무개시명령이 발동 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시멘트 분야에 대한 마무리를 먼저 짓자는 차원에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무부처의 국무위원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각각 임시국무회의와 정부 합동브리핑을 통해 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철강·석유화학 피해액 약 2조5000억원…공장 ‘셧다운’ 위기까지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철강재 출하량은 평시 대비 약 48% 수준(지난 6일 기준)에 머물러 약 1조3154억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으며 일부 기업은 이미 생산라인 가동 중단 또는 감산에 돌입했다.
석유화학제품 출하량은 평시 대비 약 20% 수준으로 약 1조2833억원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면서 누적된 출하 차질로 조만간 생산공장 가동이 전부 중지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분야는 업종의 특성상 공장 가동을 멈출 경우, 재가동까지 최소 2주의 시간이 소요돼 막대한 생산 차질 등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매일 평균 1238억원의 생산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자동차·조선산업 등 다른 분야로의 피해 확산과 그에 따른 수출 산업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판단, 2차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번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철강 분야 운수 종사자 6000여명, 석유화학 분야 4500여명이며 관련 운송사 기준으로는 철강 155곳·석유화학 85곳이다.
업무개시명령 분야 포함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정유 분야는 현재까지 수급 관리가 비교적 원활하게 되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이른바 ‘품절 주유소’ 규모가 크지 않고, 정유 출하량도 평시의 97% 수준(지난 6일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추 부총리는 이날 임시국무회의 직후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물류 중단에 따른 출하 차질이 계속되면서 이번 주말부터는 생산 차질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집단운송거부 장기화에 따른 최악의 경우 철강 분야는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의 가동 지장까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토부, ‘先 복귀·後 협상’ 방침…안전운임제 놓고 정부·노동계 ‘평행선
정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해 ‘선(先) 복귀·후(後) 협상’ 방침을 고수하며 맞섰다.
정치권에서 이번 집단운송거부의 촉매제가 됐던 안전운임제를 둘러싸고 3년 연장안이 논의되는 등 일정 부분 타협점이 모색되는 가운데 ‘타협 불가’ 방침을 못 박은 것이다. 당초 정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에 대해 일몰제 3년 연장은 ‘검토’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품목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일몰제 3년 연장이라는 정부 기조가 달라진 것인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업무 복귀가 먼저 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김 실장은 “지금도 보면 업무 복귀와 관련해 (집단운송거부가) 철회된 게 아니다”라며 “출하 부분에 있어 지연이 되면서 업계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하루빨리 복귀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조건 없는 업무 복귀가 돼야 제도에 대한 부분도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 복귀를 했을 때의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업무 복귀 후) 국회랑 논의를 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업무개시명령에서 정유 분야가 제외된 것을 두고는 “개별 주유소에서는 품절이 많지만 전체 출하량은 90%대 정도로 아직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품절된 주유소는 대체 탱크로리를 통해 품절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