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공익법인, 기업 경쟁력 걸림돌···새로운 지배구조모델 마련 필요"

2022-12-08 07:50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사회적 책임활동을 뒷받침해주는 합리적인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8일 상의회관에서 '기업공익법인, 대전환기 시대의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모색'을 주제로 제8회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지배구조·공익법인 전문가들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없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가 기업 지배구조의 유력한 선진모델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경제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기업의 영속성과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단순·투명한 출자구조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권장했다. 그 결과 현재 76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29개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43개의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경영 투명성은 높아졌지만 기업에 불리한 규제는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지주회사 체제가 기업투명성 제고에 기여했지만, 국내 지주회사에만 적용되는 역차별 규제가 늘어나면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과도한 조세정책으로 인한 기업의 영속성이 위협받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포함시 상속세율이 60%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창업주가 가진 100% 주식이 2세대에는 40%, 3세대에는 16%, 4세대에는 6.4%로 급감하면서 기업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는 주장이다.

이에 해외에서 모범적으로 운용중인 기업공익법인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을 지배구조 모델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발렌베리 그룹은 1948년 스웨덴 상속세가 20%에서 60%로 크게 높아지자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공익재단으로 기업의 소유권을 이전했다.

발렌베리는 100여개 이상의 자회사를 소유하는 지배구조를 운영하면서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또 복수의결권 제도를 활용해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만 기업공익법인 제도의 지배구조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왔다.

장보은 한국외대 교수는 "공익법인이 본래의 공익 목적이 아닌 지배력 형성이나 강화를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공익법인 규제의 현실적 필요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석준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도 "오너일가로부터 독립 운영, 설립 취지와 부합한 공익활동, 공익사업의 성실수행 등 전체 하에 기업 공익법인을 새로운 소유지배구조 대한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오너의 이사장 임면, 지배력 유지·경영권 승계 수단 이용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