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달라진 전세시장...'역전세난' 우려 속 강남 전셋값도 '뚝'

2022-11-14 06:31
금리부담·매매약세에 전셋값 떨어져……강남 전세도 수억 '뚝'
"금리상단 정해지지 않은 상황, 전세 약세 이어질 것"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임대차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던 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여가 지난 현재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시장이 다시 급변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신규 계약으로 인한 ‘전세난’이 예상됐지만 이자 부담이 급증하며 오히려 강남마저 ‘역전세난’을 걱정할 만큼 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13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전세 물량은 5만916건으로 두 달 전인 9월 13일 3만4750건과 비교할 때 1만6166건(46.5%) 늘었다.

특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2년 전(2020년 11월 1만2000여 건)과 비교하면 물량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전세 물량 증가와 함께 가격 하락세도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기준 아파트 전셋값 변화율은 서울 –0.48%, 경기 –0.61%, 인천 -0.62%를 기록했다. 모두 부동산원 시세 조사 이래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전세 매물이 쌓이고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2+2'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갱신기간 중 임대료 인상 폭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 2년이 지나면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대폭 올려 전세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는 180도 상반된 상황이다.  

쾌적한 주거 환경과 학군 등으로 수요가 항상 넘치는 강남도 전세 인기가 식기는 마찬가지다. 송파구 대장 아파트 중 하나인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9일 9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지난 9월만 해도 12억원에 신규 거래가 됐지만 최근 들어 10억원 미만인 매물이 나오고 있다. 2020년 11월 무렵 잠실엘스 전세 거래가 14억원까지 형성됐는데 현 시세대로라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3억~4억원 돌려줘야 할 판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 9일 12억375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난 6월 22억원짜리 계약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9억원이나 빠졌다. 2년 전인 2020년 11월엔 같은 면적대가 최고 18억원에 계약됐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1일 13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작성했다. 올해 4월 기록한 최고가인 18억원에 비해 4억6000만원 빠졌다.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대는 2020년 10월 18억3000만원에 최고가로 전세 계약됐다.
 
강남구 개포동 공인중개업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 인기가 크게 식었고 집값 또한 떨어지면서 함께 조정되고 있는 것”이라며 “재계약을 하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이자도 연 6∼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사 수요가 줄었다. 이에 오히려 전세보다 월세가 저렴해지며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또 최근 몇 년간 집값 급등에 힘입어 전셋값도 따라 오른 상황에서 조정이 진행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거래포럼 공동대표)는 “2년 전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며 전세시장에 공급 부족이 생겼고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전셋값 급등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조정이 발생한 것이며, 금리 상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 약세는 전셋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한 갭투자자 등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지난 10일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발표했다.